지난해 대규모 초과세수의 원인이 과거 10조 원 이상 초과세수가 나타났던 시기와 성격상 차이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에는 법인세 등 기업실적 증가에 기반한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걷혔다면 이번에는 부동산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부동산 등 자산세수 증가는 주택가격 상승에다 양도소득세 중과 등 제도 개편 효과가 함께 맞물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1일 국회 예산정책처 ‘NABO 재정추계&세제 이슈’에 실린 국세수입 예·결산 차이 원인 분석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국세수입 실적이 예산을 10조 원 이상 초과한 사례는 지난해 포함 총 5차례다.
분석 결과 과거 네 번과 지난해 초과세수가 가장 많이 발생한 세목은 달랐다. 2000년과 2007년, 2018년에는 법인세가 가장 많이 걷혔고, 2017년에는 부가가치세가 당초 계획과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양도소득세 차이가 10조9,000억 원으로 가장 크고 그 다음이 법인세(4조3,000억 원)였다. 예정처는 양도세 외에 △상속증여세 △증권거래세 △종합부동산세 등 자산세수를 모두 더하면 17조1,000억 원으로 전체 초과세수의 60%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예상을 웃돈 기업 실적이나 소비, 고용 등 경제 지표가 세수 증가를 이끌었다면 이번에는 부동산이 가장 큰 이유였던 셈이다.
이번 자산세수 증가는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시장 요인은 물론 제도적 요인이 한꺼번에 작용했다. 우선 코로나19 확산 후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 기조 유지로 시중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를 유지한 것이 큰 이유다. 지난해 주택 매매가격은 9.9% 올랐는데, 특히 주택 매매의 65%를 차지하는 아파트는 16.7%로 상승폭이 더 컸다.
여기다 2년 미만 단기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율,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을 높이는 등 세제 개편이 더해져 세 부담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예정처는 "양도세나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는 누진세율체계로 인해 과세표준 증가(집값 상승)보다 세수가 더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정처는 이 같은 초과세수는 정책 신뢰도를 낮추는 것은 물론 재정의 경기 대응력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일시적 초과세수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했다가 오히려 재정건전성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
박정환 예정처 추계세제분석관은 “예산을 초과하는 실적 발생은 주로 예상을 웃도는 경기회복에 기인하는데, 초과세수가 재정지출 증가로 이어질 경우 재정의 경기안정화 기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산세수 호조 등 일시적 세수 증가를 구조적 세수 여건 호조로 오인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면 재정수지 악화를 막기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