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우크라이나 응원 '귤 트윗'에 "전쟁이 장난인가" 비판 봇물

입력
2022.03.01 14:00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우크라이나 응원한다며 '화난 귤' 사진 올려
'전두환 개사과' 파문 나온 반려동물 트위터 계정
외신기자들 "전쟁이 장난이냐", "눈치 없고 기이"
국민의힘 "오렌지혁명 떠올린 응원 메시지" 해명

1일 오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계정에 난데없이 올라온 귤 사진 한 장이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사진은 공개된 지 3시간이 조금 지나 삭제된 상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함께 합니다.(We stand with Ukraine)"라는 글과 함께 올라온 사진에는 펜으로 사람 얼굴을 그려 놓은 귤 사진이 첨부됐다. 귀 모양이 생기도록 껍질을 깐 귤에 올라간 눈꼬리, 일(一)자로 그은 입 모양, 앞머리까지. 잔뜩 화난 표정의 만화 캐릭터 같은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해당 계정은 윤 후보가 반려동물과의 일상을 전하는 계정(@sukyeol_yoon)이다.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한 이른바 개사과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폐쇄한 인스타그램 계정 후속으로, 1월 말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개사과 논란 여파 때문인지 그동안은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사진이 올라오는 일은 드물었다.


외신 기자들 "기이하고도 눈치 없는 귤 사진... 전쟁이 장난인가"

'귤 응원' 사진을 본 누리꾼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당혹스럽다"로 요약된다. 러시아의 일방적 침공으로 비탄에 빠진 우크라이나인들을 응원한다는 메시지의 선한 의도와 달리, 해당 계정의 성격과 사진이 풍기는 이미지 등을 고려했을 때 지나치게 가벼운 처사라는 지적이다. 누리꾼들은 "전쟁이 장난인가",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부정적 반응을 쏟아냈다.

비판은 외신기자들 사이에서 더 두드러졌다. 영국 가디언 등에 한국 소식을 전하는 프리랜서 외신기자 라파엘 라시드는 윤 후보의 게시글을 공유한 뒤 "한국 보수정당 윤석열 대선후보의 기이하고도(bizarre), 눈치 없는(tone deaf) 귤 사진이 삭제되기 전에 올려둔다"며 "귀여운 반려동물 사진을 올리는 계정이다. (하지만) 전쟁에 귀여움은 없다(Nothing cute about war)"고 비판했다.

호주 공영 ABC방송 소속 스테픈 지에지츠 기자도 윤 후보의 게시글을 공유하며 "지금까지 눈치 없는(tone deaf) 트윗을 많이 봐 왔지만, 한국의 유력 보수정당 대선후보의 이러한 수고(effort)는 정말 당혹스럽다"고 꼬집었다.

외국 누리꾼들 사이에선 왜 하필 귤 사진을 썼는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오렌지혁명을 떠올리려는 의도 같다"는 분석부터 "동슬라브 민족 동화 주인공인 노란색 동그라미 모양의 콜로복(Kolobok)을 연상시킨다"는 촌평까지 나왔다.

오렌지혁명은 2004년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때 야당을 상징하는 오렌지색으로 친러시아 성향이었던 여당의 부정선거를 규탄하여 결국 재선거를 치르게 했던 시민 혁명을 말한다. 구소련의 권위주의 정권을 교체하며, 탈(脫)러시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은 사건이다.

다만 라파엘 라시드는 "(윤 후보가) 오렌지혁명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비록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오렌지혁명은 (지금 상황에) 적절하지 않은 시위, 혁명이고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는 전면 침공"이라고 꼬집으며, 귤 사진의 부적절함을 다시 한번 짚었다.


민주당 "개사과 때도 깊은 반성 없더니 국가적 망신" 사과 촉구

더불어민주당은 "국가적 망신"이라며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사과를 촉구했다.

전용기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윤 후보는 응원인지, 장난인지 모를 트윗을 올렸고 논란이 일자 바로 삭제했다. 제 발 저린 것"이라며 "개사과 당시에도 깊은 반성은 없었고, 이젠 국가적 망신까지 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참혹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해야 함에도, 대한민국의 대선후보가 이런 상식 밖의 메시지를 낸 것에 경악할 따름이다"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는 제발 이성을 찾기 바란다. 국격을 떨어뜨리고, 전쟁을 정쟁화하는 무모한 행위를 멈춰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오렌지혁명을 떠올리며 우크라이나 응원의 메시지로 귤 사진을 올렸지만, 불필요한 국내 정치 논란을 의식해 게시글을 삭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공보팀 관계자는 "오렌지 혁명을 떠올리면서 실무자가 응원하고자 게시글을 올렸지만, 국내 정치에 활용될 우려가 있어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강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