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젓한 21세기에, 그것도 시골이 아니라 광역시인데. 길바닥에서 출산을 하다뇨."
코로나19 와중에 둘째 아이를 본 광주에 사는 강모(36)씨는 출산 과정을 다시는 떠올리기 싫다고 했다. 시작은 아내 A(30)씨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하필 격리 마지막 날 진통이 시작됐다. 구급대원들과 함께 급히 전화를 돌리며 이 병원, 저 병원 문 두들기길 3시간. 결국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서 대기하던 구급차 안에서 아이의 첫 울음소리를 들어야 했다.
매일 10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아이 낳을 병상을 찾기 위해 길거리를 헤매는 임산부들이 늘고 있다. 방역당국은 확진자들을 위한 분만병상과 분만실을 더 늘리겠다고 하지만, 실질적 변화는 여전히 없다.
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씨 사례는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A씨처럼 임신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출산을 하려면 음압 시설이 갖춰진 분만 병상을 찾아 입원해야 하고, 음압 분만실에서 출산을 해야 한다.
하지만 광주에 분만 병상이 있는 곳은 전남대병원뿐이다. A씨는 자리가 났다는 소식에 겨우겨우 전남대병원에 갔지만, 1개뿐인 음압 분만실에 다른 수술이 진행 중이었다. 결국 양수가 흐르고 하혈이 시작되자 아이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구급대원들까지 모두 다 힘을 보탠 끝에 구급차에서 출산했다.
출산 뒤에도 수난은 이어졌다. 출산 다음날인 격리 해제 날, 마음 편히 병원을 다니기 위해 원래 다니던 산부인과로 옮겨가려 하자 이번엔 병원에서 받아주길 꺼려했다. 격리 해제가 된 직후라 불안하다는 이유였다. 결국 보건소 직원이 병원에 찾아오기 시작하자 입원할 수 있었다.
병원에 딸린 산후조리원 이용은 결국 포기했다. 산모들 중 미접종자가 많아 꺼려진다는 이유에서다. 남편 강씨는 "나라가 정한 격리 기간을 모두 마쳤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며 "우리가 코로나에 걸린 건 맞지만 좀비도 아니고 너무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산부들의 고생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30대 임산부 B씨는 분만 병상을 찾아 구급 헬기를 타고 300㎞ 떨어진 경남 진주의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경북 구미시에서는 지난달 15일 분만 병상을 찾다 보건소에서 출산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특히나 임산부들의 경우 미접종자가 많아 더 큰 불안함을 호소한다. 이달 출산을 앞둔 C씨는 "확진 시 출산 가능한 병원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다"면서 "이달 말에 확진자 규모가 절정에 이른다고 하니 더 불안하다"고 했다.
이는 이미 예고된 사태다. 임산부들은 건강 걱정 때문에 백신 미접종자가 많아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분만병상은 95곳에 불과하다. 광주 A씨 사례에 대해 "광주에 음압 분만실을 2개 더 확보하겠다"고만 밝혔다.
아울러 확진자 수가 더 불어나면 음압병상이 아닌 격리병상에서도 수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구체화된 부분은 없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관계자는 "음압 시설이 없는 일반 병상에서도 분만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아직은 지자체별로 병상 동원 또는 지정 계획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