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장·윤·정·고·백’, 평창 ‘오벤저스’ 아쉬움 씻어낸다

입력
2022.03.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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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롤링스톤 휠체어컬링 팀 ‘장·윤·정·고·백’이 패럴림픽에서 12년 만의 메달에 도전한다.

장재혁(51) 윤은구(53), 정성훈(44) 고승남(37) 백혜진(39)으로 이뤄진 대한민국 휠체어컬링팀은 4일 개막하는 2022 베이징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한다.

보통 컬링 팀은 팀 명으로 부른다. 평창·베이징 올림픽의 ‘팀 킴’이 대표적이다. 평창패럴림픽에서는 ‘오벤저스’가 출동했다. 각 팀의 우수 선수들을 모아 새로운 한 팀을 꾸렸는데, 출전 선수 5명의 성씨가 다 달랐던 데다 당시 개봉을 앞뒀던 영화 제목도 작용했다.

이번 베이징패럴림픽엔 ‘장·윤·정·고·백’이 나선다. 평창 때와는 달리 지난해 5월 선발전을 통해 한 팀(의정부 롤링스톤)을 선발했는데, 다섯 선수의 성씨를 따 모아보니 이런 이름이 나왔다. 첫 투구를 책임지는 ‘리드’ 백혜진은 “장윤정씨가 불쾌할까봐 조심스러웠다”면서 “(장윤정씨처럼) 국민들에게 많은 기쁨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가수 장윤정은 지난달 자신의 광고 제품 중 건강식품과 휴대용 마사지기를 대한장애인체육회에 증정하며 응원을 보냈고, 선수들도 그 마음에 감동했다고 한다.

장·윤·정·고·백은 이번 패럴림픽 6개 종목 선수들 중 평균 연령(만 46세)도 가장 높고 패럴림픽도 첫 출전이다. 하지만 그간 휠체어컬링의 부진을 씻고 12년 만의 메달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대한민국 휠체어컬링은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올렸다. 당시 대표팀은 훈련장이 없어 이천선수촌 수영장을 얼려 연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엔 메달 소식이 끊겼다. 특히 평창대회에선 오벤저스가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최종 성적 4위에 그치며 깊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평창에서 오벤저스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는 ‘세컨드’ 정성훈은 “‘나도 저 자리에 설 수 있을까’ 부러워 했는데, 베이징에 가게 돼 꿈만 같다”면서 “국가대표라는 부담감이 큰건 사실이지만, 우리의 가장 큰 무기인 ‘조직력’과 많은 대화를 앞세워 베이징에서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침착한 막내’ 고승남의 활약이 특히 기대된다. 나이로는 팀 막내지만 상대 전략을 읽어내고 팀 내 전략을 끊임없이 세우고 수정하는 스킵을 맡았다. 컬링에선 보기 드문 왼손잡이다. 학창 시절 아이스하키 경험을 살려 ‘파라 아이스하키’ 문을 두드렸지만, 장애 유형(척수)이 달라 2014년 컬링으로 선회했는데 8년 만에 패럴림픽 진출이란 감격을 누리게 됐다. 고승남은 “최선을 다해 훈련했다”면서 “즐기면서 경기에 임하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휠체어컬링은 남녀 구분 없이 혼성으로 한 종목만 8엔드까지 치른다. 휠체어에 타고 긴 장대(딜리버리 스틱)를 사용해 스톤을 밀어 보내는데, 샷 이후 브룸을 이용한 스위핑이 없다. 그래서 더 정확한 투구가 필요하다.

강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