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째 교전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첫 휴전 협상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큰 결실 없이 끝난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량살상무기인 ‘진공폭탄’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러시아군의 키예프 진격이 계획보다 지체되면서 러시아가 더욱 공격적인 작전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날 미국 의회 보고를 마친 뒤 “러시아군이 제네바 협약에 금지돼 있는 진공폭탄을 오늘 사용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거대한 가해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사능 없는 핵폭탄’으로 불리는 진공폭탄은 산소를 빨아들여 강력한 초고온 폭발을 일으킴으로써 사람의 내부기관에 손상을 준다.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무차별적이고 파괴력이 강해 비윤리적인 대량살상무기로 인식된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인 1979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1994년 1차 체첸전쟁 등에서도 진공폭탄을 투하해 대규모로 인명을 살상했다.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러시아의 공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핵전력 대비 태세'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미국 CNN방송은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는 키예프와 하르키프, 남부 마리우폴 등에서는 양 측의 격렬한 교전이 벌어져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군이 키예프를 향한 더딘 진격에 실망해 전술 재평가를 하면서 더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러시아가 키예프를 수일 내에 장악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주변에 집결했던 러시아군의 75%가 우크라이나에 진입했다. 미국 정부는 침공 전 러시아군 규모를 최대 19만 명으로 추산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 지금까지 약 380발이 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벨라루스도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파병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5시간 동안 진행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에서 양측은 일부 합의가 가능한 의제를 확인하고 다음 회담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대표단 단장은 “우리는 모든 의제에 대해 상세히 논의했으며 합의를 기대할 만한 일부 지점들을 찾았다”며 “다음 회담은 며칠 내로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이끈 대통령실 고문 미하일로 포돌랴크도 “양국 대표단이 정전과 적대행위 종식을 논의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하는 첫 번째 협상을 했다”며 “양측은 각자의 수도로 돌아가 협의를 한 뒤 조만간 2차 회담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