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별세한 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추모 열기가 서점가로 이어지고 있다. 짧게는 몇 달 전, 길게는 수년 전 고인이 낸 저서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역주행'을 시작한 것. 밀려드는 주문에 출판사 열림원은 증쇄에 들어갔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28일 "지난해 10월 출간된 고인의 인터뷰를 담은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 전날(27일) 일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 책은 교보문고 인터넷 일일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예스24 주간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인터뷰를 통해 이어령 전 장관이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인문사회과학 독자가 주를 이루는 알라딘의 경우 전주 주말 대비 26, 27일 판매량이 10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구매층은 40대로 전체 구매자의 38.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서점 측은 전했다. 예스24에서도 전주 대비 판매량이 8.9배 급증했다. 역시 40대(37.8%)와 50대(29.9%)의 구매가 많았다. 교보문고 관계자도 "23~25일 대비 별세 직후인 26~28일 이어령 선생 저서 전체(마지막 수업 포함) 판매량이 9.2배 늘었다"고 말했다.
이 책과 더불어 이어령의 다른 책들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고인의 마지막 저작인 '메멘토모리'는 알라딘 일일 종합베스트셀러 9위, 교보문고 일일 종합베스트셀러 14위, 예스24 주간 인문베스트셀러 13위에 올랐다. 이 책은 앞으로 출간될 20권에 이르는 방대한 시리즈 '이어령 대화록'의 제1권으로 삼성 고 이병철 회장이 죽음과 대면했을 때 가톨릭 신부에게 던진 종교와 신과 죽음에 대한 24가지 질문에 대한 이어령 전 장관의 답을 담은 책이다.
알라딘에 따르면 역시 전주 주말 대비 판매량이 12배가량 상승했다. 주 구매자는 40·50대로 전체 구매자의 64.2%를 차지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딸인 고 이민아 목사 9주기에 출간된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개정판도 알라딘 일일 베스트셀러 38위에 올랐다.
출판사는 당장 증쇄에 들어갔다. 이날 아침 고인의 근작으로 분류되는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메멘토 모리',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는 각 1만 부, 고인의 말년기 대표작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5,000부를 더 찍기로 했다.
출판계 불황으로 인문서 초판을 2,000부 내외로 찍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례적일 정도로 큰 규모다. 김현정 열림원 주간은 "올해 초 '메멘토 모리' 출간 당시에는 큰 반향이 없었는데 별세 소식이 알려진 후 더 주목을 받고 있다"며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도 출간 7년이 지났는데 새삼 판매고가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