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연 PD가 '여고추리반'의 매력을 멤버들의 진정성으로 꼽았다. 박지윤 장도연 재재 비비 최예나의 활약이 시청자들의 몰입도에 기여하면서 '대탈출'과 '여고추리반'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28일 정종연 PD는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티빙 '여고추리반2' 종영 소감을 진행했다. '여고추리반2'는 한층 진화하고 거대해진 세계관과 다채로워진 스토리, 달라진 NPC 군단(Non Player Character : 게임 속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의 설정으로 또 다시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확장된 세계관만큼이나 다채로워진 스토리로 장르 예능의 확장을 알렸다.
지난 18일 종영한 '여고추리반2'는 티빙의 첫 오리지널로 제작됐던 지난 시즌1과 대비 8주간 시청UV 총합은 약 120%(동일 기간 기준) 이상 증가하며, 프랜차이즈 IP의 성공으로 자리 잡았다. 먼저 정종연 PD는 티빙의 성과에 대해 피부로 와닿지 못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만 연출자로서의 만족감은 컸다. 정종연 PD는 "방송을 마칠 때까지 사고 없이 만족도 높게 촬영을 마쳐 기분이 좋다"고 말문을 열었다.
레퍼런스 삼을 만한 프로그램이 전무한 만큼 시청자들의 비교 대상은 자연스럽게 지난 시즌들로 포커싱 됐다. 그렇다면 시즌1과 시즌2의 차별화는 무엇일까. 정종연 PD는 티빙의 성장세를 꼽았다. 티빙의 성장에 따라 시청자 수가 대폭 상승했다. 전개 상으로의 차이점은 스토리 강화다. 시청자들의 다양한 반응 속에서 시즌2에 대한 호평이 늘었고 정종연 PD는 "저는 원래 제 최근작이 제일 좋은 작품이어야 한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특히 '여고추리반2'는 1화부터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이용자들이 티빙 톡으로 다른 사람과 추리를 하며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선공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정종연 PD의 추진으로 이뤄진 일이다. 이를 입증하듯 마지막 8회 라이브 스트리밍 시청 UV는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당시 라이브 스트리밍을 지켜본 정종연 PD는 "제가 스트리밍 라이브를 하자고 우겼다.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셨다. 마지막 회에서 폭죽 터지는데 라이브 채팅이 미친 듯이 올라갔다. 마치 화면 안의 폭죽처럼 박수를 받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제작비에 대한 아쉬움도 남아있다. 정종연 PD는 적은 예산 안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선택해 최상의 결과물을 완성시켰다. 한정된 녹화 시간과 회차 안에서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출연진의 자율적인 행동, 즉 자유도가 높으면 장치가 더욱 많이 준비되기 때문에 인물의 자유도와 효율에 대한 가치판단이 초래됐다.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제작비 대비 효율적인 진행에 대한 고민이 컸다는 정종연 PD다. 특히 비슷한 결을 갖고 있는 '여고추리반'과 '대탈출'을 가르는 포지셔닝에 대해 가치관을 정립하는 과정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출연진의 몰입도가 '여고추리반' 만의 강점으로 형성됐다. 정종연 PD가 바라봤을 때 '여고추리반' 멤버들은 지난 시즌을 거쳐 행동의 스펙트럼을 확장시켰다. 제작진과의 굳은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대목이다. 분노해 비속어를 뱉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담겼고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정종연 PD는 앞서의 장면들을 예시로 들면서 "추리소설을 보는 것보다 체험의 대리자들을 보는 게 더 재밌는 이유다. 과몰입한 출연진이 굉장히 재미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에 (연출자로서) 뿌듯하다"고 소회를 전했다.
현장에서의 멤버들 몰입도는 어떨까. 정종연 PD는 "항상 나이순으로 몰입한다. 박지윤은 방송 경험이 워낙 많다. 호동이 형처럼 제작진이 눈앞에 안 보이니 불안해했었다. 최예나나 비비처럼 버라이어티 방송이 처음인 친구도 있다. 이들의 신선한 모습을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출연자의 진정성 있는 리액션이 '여고추리반' 시리즈의 매력입니다. 아무리 무서운 영화를 봐도 몰입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죠. 예능만이 줄 수 있는, 체험에 가까운 느낌을 주고자 했어요. '여고추리반'은 추리보단 나를 대신해서 체험주고 있는 출연자에 방점이 찍혔어요."
예능적으로 웃을 수 있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살해, 계획범죄 등 무거운 소재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비교적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를 두고 정종연 PD는 "'여고추리반'은 오로지 과몰입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때로는 세대차이, 연예인과 캐릭터의 차이 때문에 웃음을 다룰 수 있다. 멤버들은 보완할 부분이 없다. 이대로만 해달라"고 애정 섞인 답변을 내놓았다.
현재 정종연 PD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K-예능의 글로벌 진출이다. "예능에도 정서적인 국경이 있다"고 말한 정종연 PD는 "'솔로지옥'이 잘 됐다. 저도 주목을 하고 있다. 해외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탈출'과 '여고추리반'이 워낙 선풍적인 인기를 끈 탓에 새 시즌을 향한 팬들의 기다림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정종연 PD는 다른 장르에 대한 호기심을 언급하면서 "아이디어는 엄청 많은데 사람들이 싫어한다. 복면 쓰고 해야 할 판이다. 제가 2년 동안 하얗게 불태웠다. 아이디어, 정신, 몸 관리 차원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잠시 재정비 시간을 가지리라 예고했다.
정종연 PD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그는 "'여고추리반'과 '대탈출'을 계속 할 생각이 있다"면서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K-예능 속에서 기회의 문틈이 살짝 열렸다. 바깥을 살짝 볼 수 있는 시기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 '여고추리반2'를 했으니 다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모색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