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도구 된 SNS... 빅테크 "NO WAR" 외치자 러시아는 규제로 반격

입력
2022.02.2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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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영 언론 SNS 계정 규제 조치
가짜뉴스 최근 3배 증가... 사이버 공격 창구
러시아도 맞규제 강화... 재갈 물리기 논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했다. 이들은 전쟁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차단하거나 광고 수익을 금지하는 식의 조치를 취했다. 이러자 러시아 정부 역시 이들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 압박을 가하면서 맞대응에 나서는 형국이다.

유튜브 페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러시아 계정 차단"

28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유튜브는 26일을 기준으로 러시아 국영 언론 러시아투데이(RT)와 일부 러시아 채널의 광고 수익 창출을 일시적으로 금지했다. 또 알고리즘을 통한 이용자 추천에서도 이들 채널을 제한하기로 했다.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 역시 25일 러시아 국영 언론이 자사 플랫폼에서 광고나 영리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한데 이어, 27일에는 계정 접속을 아예 차단시켰다. 또 메타는 우크라이나 인스타그램 이용자에게 개인정보 보호 및 계정 보안을 강화하라는 내용의 알림도 보냈다. 러시아의 해커로부터 계정이 탈취돼 정치적 선전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트위터는 러시아 관련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고 모욕적인 콘텐츠를 게시하는 사용자의 게시글을 타 사용자의 타임라인에 표시되지 않도록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SNS 공간에서 가짜뉴스 확산... "군사전략 일부"

빅테크 기업이 이 같은 규제를 가하는 이유는 SNS가 전쟁 상황에서 국가의 선전 도구나 상대국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이버 무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정보분석회사 로지컬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가짜뉴스가 최근 수 주간 3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 러시아 연방통신사 '아비아'는 지난달 23일 "미국이 중전차와 경장갑차를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러시아에 대한 공격 태세를 취하는 듯하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이에 대해 제임스 루이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부사장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행위는 10년 이상 러시아 군사전략의 일부였다"면서 "러시아인이 배운 한 가지 사실은 거짓말을 충분히, 그리고 자주 퍼뜨리면 믿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빅테크 맞규제 강화... "표현 자유 위협, 검열 시도"

러시아 정부도 역으로 빅테크 기업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 러시아 주요 통신사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대한 접속 불가 현상이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사진과 영상이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한 러시아 정부의 조처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또 러시아는 최근 구글, 메타, 트위터, 애플 등 빅테크에 이달 말까지 러시아 법인 등록을 의무화하는 ‘상륙법(landing law)’ 이행을 요구했다. 이 법은 일간 활성 이용자 수 50만 명 이상인 해외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러시아의 인터넷 규제 당국과 상시 연락을 취하고 협력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광고 수익 창출 금지, 이용자 데이터 수집 및 결제 등 핵심 서비스에 제약을 가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러시아 인터넷 검열 전문가인 조안나 시만스카(Joanna Szymanska)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상륙법 채택의 숨은 동기는 남아 있는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고 온라인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협함으로써 광범위한 온라인 검열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