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와 소통한 동물보호활동가

입력
2022.03.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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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로런스 앤서니

로런스 앤서니(Lawrence Anthony, 1950.9.17~ 2012.3.2)는 '코끼리와 소통하는 사람(Elephant Whisperer)'이라 불린 아프리카 야생보호활동가다. 1920년대 스코틀랜드 광부였던 할아버지와 함께 일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정착했고, 앤서니는 아버지의 보험업을 물려받아 사업가로 성장했다. 그는 하지만 돈 버는 일보다 남아공 초원을 누비며 야생동물들을 만나는 걸 더 좋아했다. 그가 1990년대 중반 약 20㎢(약 600만 평) 면적의 초원을 사들여 '툴라툴라 자연보호지구(Thula Thula reserve)'를 조성한 것도 그래서였다. 그는 지구 내에 멋진 숙박시설을 짓고 거기 살면서 관광객을 맞이했다.

1990년대 말 한 동물보호단체가 인근 마을서 분탕질을 일삼다 포획된 코끼리 9마리를 맡아달라고 그에게 청했다. 그가 보호지구에 수용하지 않으면 사살될 형편이었다. 그는 코끼리를 받아들인 뒤 암컷 우두머리와 곡진히 소통해 더 이상 말썽을 부리지 않게 했다고 한다. 그 일로 그는 '...위스퍼러'란 별명을 얻었고, 2009년 'The Elephant Whisperer'란 책을 썼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초기 '바그다드 동물원' 동물 구조작업을 펼치며 그는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미군을 따라 수의사 및 동물 구조장비를 갖추고 바그다드 동물원에 찾아간 그는 이후 약 6개월간 사자와 호랑이 등 생존 동물들을 치료하고 먹였고, 후세인 일가가 키우던 사자와 호랑이도 거두었다. 2007년 그가 쓴 '바빌론의 방주(Babylon's Ark)'가 그 사연을 소개한 책이다.

콩고민주공화국 내전기에는 직접 반군 지도자들을 찾아가 멸종 위기종인 '북부 흰코뿔소'만은 보호해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잔혹성으로 악명 높던 반군도 그에게 토템 동물인 코뿔소 보호를 약속했다. 그가 심장마비로 별세하자 보호지구 코끼리 무리가 마치 조문이라도 하듯 그의 집 담장까지 몰려와 며칠간 경야(經夜)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있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