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세력 아닌 사람 봐 달라"... 윤석열, 단일화 구애 일축

입력
2022.02.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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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유세 집중, 완주 의지 다져
"바른정당과 통합, 평생의 한" 후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27일 ‘단일화 후폭풍’을 전혀 개의치 않은 듯, 호남 표심 공략에만 공들였다. 단일화 협상을 위해 “언제든 만나자”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구애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선 완주의지를 다진 것이다. 안 후보는 거대 양당 후보에 비해 비교 우위에 있는 △도덕성 △과학기술 △방역 전문성 등을 앞세워 “세력이 아닌 사람을 봐 달라”며 ‘인물론’을 적극 띄웠다.

이날 안 후보의 지방 유세에서 단일화 관련 발언은 생각보다 적었다. 윤 후보가 유세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기자회견까지 열어 만남을 청했지만 간단히 일축했다. 그는 “단일화 방식으로 국민경선을 주장해 왔는데 (윤 후보 측으로부터) 어떤 입장 표명도 없었고, 다른 방법에 대해서도 듣지 못했다”며 “이미 20일 단일화 협상 시한은 종료됐다”고 선을 그었다. 단일화 결렬의 책임이 윤 후보 측에 있는 만큼,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양측 선거캠프의 물밑 협상 과정을 윤 후보가 언론에 공개한 일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안 후보는 윤 후보 측이 지지자들을 동원해 단일화 결단을 촉구하는 ‘문자 폭탄’을 보내고 있다면서 “누구인지도 모르는 전화가 오고, 문자도 3만 개가 넘었다. 이 전화로 무슨 대화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야권 단일화에 선을 그은 안 후보는 4년 전 보수 정당과의 합당에 대해서도 "평생의 한"이라며 후회했다. 안 후보는 이날 광주 충장로에서 유세차에 올라 “국민통합을 위해 호남에 뿌리를 둔 국민의당과 영남에 뿌리를 뒀던 바른정당을 통합했지만, 급하게 할 일이 아니었다”면서 “제 생각이 짧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호남 유권자들에게 합당의 당위성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광주를 버리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읍소했다.

안 후보는 이날 호남 지역 표심 공략에 집중했다. 목포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찾아서는 “김 대통령께서는 초고속 인터넷망을 설치하고 벤처 붐을 일으켜 20년 먹을거리를 만드셨다”며 “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의 세계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만 그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순천에 가서는 “의사 출신인 저만이 마스크를 가장 빨리 벗게 만들 수 있는 최고 적임자”라 했고, 여수 시민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사람이 부도덕한데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에게 일을 맡겨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방역 전문가로 첨단기술에 해박하고, 도덕적 결함도 없는 자신이 대통령 적임자라는 것이다.

안 후보는 이순신 장군의 일화까지 인용하며 중도 사퇴는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그는 여수 이순신광장에서 만난 지지자들에게 “지금 모여 있는 1,200명이 제게는 이순신 장군의 12척 배와 같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1,200명이 12만 명이 되고, 또 2,400만 명, 5,000만 명이 돼서 100% (표를) 받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해군 대위 출신인 나는 이순신 장군의 후예로 남성 대선후보 중 유일하게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며 병역 이행 사실도 부각했다.


장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