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0여 년 만에 4%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경기 둔화 조짐까지 보이는 등 한국 경제가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하자, 정부는 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가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 연장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2월 넷째 주 서울 주유소에서 거래된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804.41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16% 뛴 가격으로, 1,800원의 벽을 돌파한 건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시행된 지난해 11월 둘째 주(L당 1,885.34원) 이후 처음이다. 전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도 2월 넷째 주 L당 1,739.79원을 기록, 전주보다 약 1.2% 올랐다.
국내 석유 가격 상승세는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한 탓이다. 두바이유의 경우 지난달 3일 배럴당 76.88달러에 거래됐으나, 이달 25일에는 95.84달러로 약 25%나 가격이 뛰었다. 통상 국제유가가 2, 3주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석유 가격 상승세는 더 가팔라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유가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일각에선 물가 상승률이 2011년 12월(4.2%) 이후 10여 년 만에 4%대에 진입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6%) 중 석유류의 상승 기여도도 약 18%(0.66%포인트)에 달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다른 원자재 가격도 동시에 올라 수입물가가 높아지고, 결국 국내물가를 끌어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가 급등에다 코로나19 대확산까지 겹쳐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정부는 사태의 악영향을 최소하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류세 인하 연장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유류세 인하는 시행령 개정을 거쳐 입법 예고와 국무회의 의결 등 절차를 밟는데 약 한 달이 걸린다. 이 때문에 정부는 당초 3월 말로 계획했던 연장 발표 시기를 초·중순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실질적인 체감 효과를 보려면 현행 유류세 인하율(20%)을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현재 20%인 유류세 인하율을 25, 30%로 높일 경우 휘발유 가격 인하 효과는 L당 164원에서 205원, 246원으로 확대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수 감소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율을 추가로 낮출지 여부는 국제유가 동향을 지켜본 뒤 신중히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에너지시장 안정을 위한 방안 마련에도 나섰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전날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화상 회담을 열고 전 세계 석유시장 안정을 위해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 또는 동맹국 간 비축유 방출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수일 내 IEA 장관급 특별이사회를 열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