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단일화 무산에 책임공방... 정치 불신만 커진다

입력
2022.02.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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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무산을 알렸다. 윤 후보는 “후보 회동 일정 조율만 남긴 상태에서 결렬을 통보받았다"며 안 후보의 막판 파기를 시사했으나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자 변명과 입맛에 맞춰 일방적으로 까발리는 것"이라고 반박, 공방을 벌였다. 선거를 열흘 앞두고 아직도 단일화에 매달릴 때는 아니다. 후보들은 이제라도 정책과 비전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해야 한다.

이날 국민의힘의 기자회견은 협상 결렬의 책임을 안 후보 측에 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양당 간 공방이 오가며 흠집만 남겼다. 윤 후보는 "전권 대리인(장제원·이태규 의원)이 전날 두 차례 만났다"며 “결렬 이유를 모르겠다”고 협상 막후를 공개했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여론조사 방식은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안 후보는 "전권 대리인이란 개념조차 없고, 여론조사를 제안했는데 협상 테이블에 없었다니 협상 상대에 대한 도의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오전에도 기자들에게 휴대전화를 내보이며 “2만 통 정도 문자(폭탄)가 와 있는데 협상 파트너라 생각할 수 있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이 여론조사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무산됐다는 뜻이다. 책임론 공방이 볼썽사나운데 지지자들 사이의 분열과 갈등으로 이어질까 우려될 뿐이다.

처음 야권 단일화가 대두됐을 때부터 정책적 연대 없는 정치공학적 접근은 명분도 없고 효과도 적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이런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두 후보가 동의할 수 있는 공약이나 국정 방향을 논의하기는커녕 자리 나눠 먹기식으로 접근하니 명분이 약했고, 윤 후보가 지지율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모습에 피로감만 누적됐다. 후보들은 남은 열흘 동안 자신의 역량과 비전으로 표를 얻도록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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