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커 조직 어나니머스가 러시아를 향해 사이버 전쟁을 선포하고 정부 기관 사이트와 국영TV 채널을 해킹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우크라이나 내 인터넷망 지원에 나섰다.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 파병에 선을 긋고 있지만, 세계적 해커 단체와 민간인이 사이버전으로 러시아에 반격을 가하는 셈이다.
26일(현지시간) 어나니머스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의 국영TV 채널을 해킹했다고 밝혔다. 어나니머스는 "러시아 국영TV 채널들을 해킹해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진실을 방송하고 있다"며 송출되고 있는 방송 내용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영상엔 10여 개의 러시아 국영TV 채널에서 정규 방송 대신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과 우크라이나 노래 등이 송출되는 모습이 담겼다.
어나니머스는 지난 25일 러시아 정부에 대한 사이버 전쟁을 공식 선언한 후 러시아 크렘린궁과 국방부 사이트를 포함 6개 이상의 정부 웹사이트를 공격해 마비시켰다. 이들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벨라루스와 체첸 자치공화국 측 정부 사이트도 공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머스크 CEO도 우크라이나 측의 요청에 따라 스타링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날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트위터에 머스크를 태그하며 "당신이 화성을 탐사하는 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려고 한다. 당신의 로켓이 성공적으로 우주에서 안착하는 동안 러시아의 로켓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공격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서비스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스타링크는 머스크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사업으로, 저궤도 인공위성을 이용해 전 세계에 고성능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머스크는 트윗을 받은 지 10시간 후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스타링크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더 많은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라고 화답했다.
페도로프 부총리는 이날 러시아의 사이버 침공에 맞서 싸울 정보기술(IT) 부대 창설 계획도 밝혔다. IT 부대가 공격할 대상으로는 러시아의 주요 정부기관과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 석유 생산업체 루크오일 등 총 31개 홈페이지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