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프리즘] 요로감염 재발 막을 수 없을까?

입력
2022.02.2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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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콩팥에서 혈액을 걸러 만들어진 소변은 요관을 거쳐 방광에 모였다가 요도를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소변이 만들어진 뒤 배출될 때까지 전체 길을 요로(尿路)라고 한다.

이 요로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을 통틀어 ‘요로감염’이라고 한다. 이 중 콩팥에 생기는 것이 신우신염이고, 그 외에 요관염, 방광염, 요도염 등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방광염 외래 진료를 받은 156만7,000여 명 중 여성이 93.9%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부분의 여성은 평생 1회 이상 방광염을 포함한 요로감염을 겪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이처럼 요로감염이 많다 보니 사소한 병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자칫하면 요로감염 때문에 콩팥을 잃을 수도 있으므로 결코 만만한 병이 아니다.

특히 문제가 재발이다. 최근 1년간 3회 이상 요로감염을 겪으면 ‘재발성 요로감염’이라고 한다.

치료를 받았는데도 요로감염이 자주 재발한다면 몇 가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첫째, 콩팥과 방광의 구조 이상이다. 소변은 콩팥→요관→방광→요도라는 한 방향으로만 흘러야 한다. 그런데 소변이 거꾸로 흐르는 현상, 즉 역류가 일어나면 염증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둥근 고무호스처럼 생긴 요관은 방광에 수직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 요관이 수직으로 연결돼 있으면 방광에 소변이 가득 차면 요관으로 소변이 역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관은 방광에 비스듬히 연결돼 있다. 방광에 소변이 차오르면 방광벽은 팽창 압력이 가해져 얇아지는데, 이때 요관 끝이 눌러져 닫힘으로써 방광에서 요관 쪽으로 소변이 역류하지 않는다. 이런 구조는 콩팥 안에도 있는데 이 역시 소변 역류를 막아준다.

그런데 종종 유전적 요인 등으로 인해 콩팥 안이나 요관과 방광 연결 부위에 구조적 이상이 있으면 소변이 역류해 요로감염을 일으키기 쉽다.

둘째, 적절한 치료 여부다. 일부 환자들은 증상이 없어졌다고 느끼면 처방받은 약을 끝까지 복용하지 않고 임의로 중단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요로감염 재발의 주요인을 세균 재감염으로 보았지만 최근에는 요로 점막에 남아 있던 세균이 다시 말썽을 일으킨다는 연구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항생제를 복용하면 세균이 점막에 파고들어 보호막을 만들어 숨어 있다가 약 복용을 끊으면 다시 활동하면서 염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요로감염의 재발 원인으로 이 부분을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다.

P형 혈액형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흔히 알려진 혈액형은 ABO형 외에 P형 혈액형도 있다. 요로감염 원인 균의 80%는 대장균(E.Coli)이다. 이 중 표면 섬모 구조를 가진 대장균은 P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의 요로 점막과 결합해 요로감염을 잘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로감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소변을 자주 보고, 소변을 본 뒤에도 개운치 않으며, 소변 볼 때 통증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콩팥이나 요관 등에 요로감염이 있으면 고열이 나타날 수도 있다.

연구가 거듭될수록 요로감염은 원인 규명과 완치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다만 정확하게 진단하고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으면 통증이나 큰 불편 없이 살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