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가 비만이라면…혹시 성조숙증 때문?

입력
2022.02.26 12:02

소아·청소년 4명 중 1명은 비만일 정도로 과체중이 늘고 있다. 문제는 비만 소아·청소년의 80~9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게다가 비만 소아·청소년의 상당수가 성조숙증 때문일 수 있다.

성조숙증은 사춘기 현상이 지나치게 빨리 시작되는 질환을 말한다. 여아 8세, 남아 9세 미만을 기준으로 또래보다 2년 이상 일찍 발달이 진행될 때 진단된다.

성조숙증이 생기면 성호르몬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며 초경이 빨라지고, 성장판이 빠르게 닫혀 최종적으로 성인 키가 작아지는 성장장애를 초래한다. ‘어릴 때 살은 다 키로 간다’는 속설은 잘못된 말이다. 살은 절대로 키로 가지 않는다.

김신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뚱뚱한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가 또래보다 발육 상태가 좋다고 여기지만 성조숙증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며 “성호르몬이 조기 분비돼 신체적으로 빠른 성장이 일어났을 뿐, 성인이 됐을 때의 최종 키는 작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은 소아·청소년은 2010년 2만8,251명에서 2020년 13만6,334명으로 10년새 5배 가까이 늘었다.

원인은 성장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병원을 찾는 자녀가 증가한 데다 늘어난 소아 비만, 환경호르몬 등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신희 교수는 “같은 기간 국내 소아ㆍ청소년 인구가 15% 이상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 이상으로 성조숙증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성조숙증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소아내분비 전문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우선 병력 청취를 통해 2차 성징이 나타난 시기, 진행 속도, 성장 속도 변화, 성조숙증 가족력, 출산력, 과거 병력 등을 파악한다.

이후 신체 성장과 사춘기 발달 정도를 평가하고, 뼈 나이를 측정해 나이에 비해 어느 정도 앞서 있는지 평가한다. 필요하다면 ‘성선자극호르몬 방출 호르몬(GnRH) 자극 검사’(GnRH 주사 후 15~30분 간격으로 몇 차례 채혈해 성선자극호르몬 농도를 측정하는 검사)를 통해 성선자극호르몬 반응을 평가하고 성조숙증 진행 정도와 원인을 확인한다.

성조숙증은 사춘기의 신체 변화가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될 때 의심할 수 있다. 다만 사춘기가 빨리 왔더라도 그것이 정상적인 범위 내에 있는지, 정상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감별해야 한다.

김신희 교수는 “성장이 또래보다 매우 빠르거나, 뼈 나이(골 연령)가 자녀 나이보다 1년 이상 앞서 있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여아는 만 8세 이전에 가슴에 멍울이 생길 경우,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는 경우 병원을 찾아야 한다.

치료는 원인 질환에 따라 달라진다. 기질적 원인이 있다면 그 원인 질환을 치료한다. 기질적 원인이 없는 특발성 성조숙증은 사춘기 지연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성선자극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해 사춘기를 지연시키는 약제인 GnRH유도체를 4주 간격으로 피하에 주사한다. 단 일부 자녀는 GnRH유도체만으로는 최종 성인 키의 감소를 막을 수 없기에 성장호르몬 치료를 같이 하기도 한다.

성조숙증을 예방하려면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으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가능하면 1회용 용기 사용을 줄이고 환경호르몬에 노출이 덜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신희 교수는 “자녀들이 사춘기가 빨리 오면 당황하고 힘들어 할 수 있다”며 “이때 부모는 자녀에게 사춘기는 정상적인 성장 과정이며 모두 겪는데 다만 친구들보다 좀 더 빨리 찾아온 것이라고 이해시키는 것이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