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키예프 함락 위기... '신냉전 서막' 대비해야

입력
2022.02.26 04:30
23면

러시아의 동시다발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제대로 된 대응 한번 못한 채 피침 이틀 만에 수도 키예프가 함락 위기에 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 27개국 지도자들에게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승인을 촉구하며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다들 두려워하며 누구도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강대국 사이에 놓인 약소국의 당혹스러운 모습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현실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 질서를 2차 냉전으로 몰아가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동아시아 안보지형도 신냉전 대립구도로 재편되는 분수령으로 작용하고 있다. 1차 냉전은 미중이 손을 잡아 소련 해체로 이어졌으나 2차 신냉전은 중러가 연대해 미국 단극 체제에 도전하는 양상이다. 러시아 침공이 보여주듯 훨씬 위험하고, 미중이 경제적으로 얽혀 복잡한 구도다.

한반도 상황은 강대국 충돌의 지정학이란 점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당장 러시아 침공 이후 중국은 친러, 일본은 반러로 대립 구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우리는 우크라이나 문제의 복잡하고 특수한 역사적 경위가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침공을 비판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은, 2017년 시진핑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수천 년 역사에서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고 말한 불편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일본은 북방영토 반환, 대러 여신 협상의 불리함에도 고강도 제재로 대러 강경 입장을 명확히 했다. 러시아에 엄중 대응하지 않으면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현상 변경을 기도할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결과다. 이번 사태가 중국의 대만 침공을 자극할 것이란 워싱턴의 우려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북중러, 한미일 대립 구도가 분명해지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유리하지 않다. 더구나 리비아에 이어 우크라이나마저 핵 포기 뒤에 침공당해, 북한의 핵 집착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어느 때보다 한반도 상황이 긴박해지지 않도록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