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수세가 사라진 아파트 매매시장에 이어 청약시장에도 극도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기록적인 경쟁률로 흥행 불패 행진을 이어가던 수도권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이 반토막 나는가 하면 불티 나던 '줍줍' 물량에서도 미달이 발생했다.
25일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수도권에서 분양한 24개 아파트 단지의 일반공급 평균 경쟁률은 13.1대 1이다. 이는 지난해(31.0대 1)와 2020년(36.9대 1)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주택 시장이 하향 안정세였던 2019년(13.6대 1)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입주자 청약 미달 단지도 나왔다. 경기 안성시 '우방아이유쉘 에스티지'는 지난달 초 916가구 공급에 341명이 신청하며 평균 경쟁률 0.37대 1로 마감했다. 평택시 소재 '화양 휴먼빌 퍼스트시티'는 2순위 청약까지 가서야 1.06대 1로 간신히 미달을 피했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어 인기를 끌었던 무순위 청약에서조차 미달이 발생했다. 이달 중순 인천 연수구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 무순위 청약에서는 8개 타입 중 2개 타입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송도는 인천의 '강남'으로 꼽히는 인기 지역이다.
청약 당첨 커트라인은 10점대까지 낮아졌다. 경기 오산시 '라온프라이빗 스위트' 국민평형(전용 84㎡) 일부 타입은 최저 당첨가점이 12점, 광주시 '탄벌 서희스타힐스2단지'는 전용 59㎡ A형 커트라인이 13점에 형성됐다. 지난해 경기 아파트의 커트라인 평균은 47.11점이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업계는 대출규제 강화,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수요자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진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미입주 사유를 묻는 질문에 '잔금대출 미확보'(38.6%) 응답이 전달(40.7%)에 이어 가장 많았다.
매매시장에서 집값이 뒷걸음 치는 상황도 청약 수요자를 주저하게 한다. 수도권이라는 단순 입지보다는 확실한 시세차익을 보장하는 매물이 인기를 끄는 것이다. 이달 중순 세종 도램마을 13단지 '중흥S클래스 그린카운티'는 8년 전 확정 분양가로 공급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타지역 청약 경쟁률이 7,022대 1까지 치솟았다.
다만 아직 실수요자의 매수수요는 탄탄해 대선 이후 청약 시장 열기는 다시 뜨거워질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경쟁률이 여전히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어 실수요는 유지되고 있는 셈"이라며 "대선 이후 당선자 공약에 따라 청약 시장 분위기도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