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 선천성 흑암시증(LCA)이라는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제게 배움의 과정은 도전과 극복의 연속이었습니다."
25일 오전 비대면으로 진행된 서울대 제76회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대표 강민영(27)씨는 이런 회고담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강씨는 지난해 시각장애인 최초로 5급 행정고시 교육행정직렬에 수석 합격했다. 딸을 위해 점자 변환기에 교재 내용을 일일이 입력한 부모님의 정성, 그 점자책을 지문이 닳도록 읽고 공부한 강씨 본인의 노력 덕분이었다.
강연에 따르면 어릴 적부터 독서를 좋아했던 강씨는 책을 맘껏 읽고 싶어 점자를 열심히 익혔지만 현실은 척박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이 턱없이 부족해 늘 배움에 목말랐다.
서울대에 입학해서도 수업을 듣는 데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수업 교재나 자료를 점자로 변환해야 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시각장애 학생들은 교재가 준비되지 못한 상태로 학기를 시작하곤 하지만, 나는 다른 학우들과 같은 출발점에 서고 싶었다"며 "수강신청 한 달 전부터 수업을 선택해 교재나 수업 방식을 문의하고 미리 필요한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순탄한 적이 없던 대학 생활이었기에 강씨는 장애인 특성을 고려한 학습 환경의 필요성을 더 절실히 느꼈다. '균등한 교육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품고 교육학과에 진학했던 강씨가 내처 교육행정 5급 공무원 공채에 도전한 이유다.
고시 공부 또한 녹록지 않았다. 1차 시험에 연거푸 탈락했을 땐 실망도 컸다. 강씨는 "좌절의 순간마다 내가 내린 답은 '그래도 계속해보자'였다"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한 3번째 시험에서 모든 관문을 통과해 '균등한 교육환경 실현'이라는 꿈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강씨는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된 내게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으리란 걸 알고 있지만, 내 앞에 놓인 새로운 도전에 기꺼이 직면하려 한다"며 "목표를 향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 원하는 결과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설령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그 경험이 큰 자산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학위수여식에선 학사 2,310명, 석사 1,588명, 박사 812명 총 4,710명이 학위를 받았다.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2020년 전기부터 비대면 학위수여식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대는 이날 행사도 학교 홈페이지 및 공식 유튜브 채널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했다.
축사 연사로 초빙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졸업생들에게 "목표를 가지고 어떤 종류의 꿈이라도 꿀 수 있는 것이 젊음의 특권"이라며 "중요한 건 그 꿈이 양심과 배려 그리고 온정의 정신에 기초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당부했다. 오세정 총장은 "어려움에 굴하지 말고, 난관을 회피하지도 말고, 그것이 함께 가져오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 여러분의 것으로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