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권 폐지를 말하기 전에

입력
2022.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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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검찰총장 당시부터 "헌법정신에 따라 인권을 존중하고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강조해왔다. 지금까지 그가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공정이다. 대선출마 당시에도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공정의 가치를 다시 세우겠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로 윤 후보는 최근 1949년 검찰청법 제정 당시부터 규정된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정치인인 법무부장관의 지휘권은 검찰의 중립성 보장에 걸림돌이고 법치를 무너뜨리는 제도의 하나로 보는 듯하다.

법무부장관의 지휘권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은 충분히 지적할 수 있고 동의할 수 있다. 검찰청법 제8조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에 관한 일반적 지휘·감독권을,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 법무부장관은 검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이 없다. 이 규정의 취지는 검사들이 구체적 사건을 처리할 때,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이 정치인인 법무부장관의 개입을 막는 방패가 되어 검사들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고자 함이다.

반면 이 제도는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독단적인 검찰권 행사나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적절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대신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행사가 적절했는지에 대해서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은 정치적 책임을 진다. 그래서 수사지휘권의 행사는 공개적으로 이루어져야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따질 수 있고 민주적인 통제가 가능하다. 윤 후보가 야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것은 시민들이 현 정권에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묻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래된 독재정권 시대의 일까지 언급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최근에 일어났던 유우성 간첩조작사건, 전 법무부차관 성접대 의혹, 라임 술접대 검사들 제 식구 감싸기 등 검찰권 남용이 의심되는 많은 사례들을 시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를 말하기 전에, 왜 많은 국민들이 검찰에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는가, 비록 현 정권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왜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 자체에는 지지를 보냈는가를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려면, 그 전에 검찰권 견제는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말했어야 했다. 그래야 공정하고, 윤 후보의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집회를 통한 의사표현은 시민의 헌법상 권리이고, 법치는 시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권력의 행사를 법과 원칙으로 구속하는 원리이다. 권력의 선의를 믿지 않고 권력을 나누고 상호 감시·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권력분립이다. 이것이 윤 후보가 강조했던 헌법정신이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공정이다.

윤 후보가 내놓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는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아주 중요한 화두이다. 검찰이 본래 역할을 다한다면 최선의 권력이지만, 악의를 가지면 최악의 권력임을 인정하고 검찰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공정한 대안을 기대한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 후보가 아니라 검찰을 잘 아는 대통령 후보이기 때문이다.


이석배 단국대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