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돈을 멀리하니, 돈도 내게 오지 않더라

입력
2022.02.26 00:00
22면

'돈도 인격체다.' 1994년생인 내가 돈과 관련하여 자주 드는 생각이다.

이상하게 어릴 때부터 돈은 터부시되는 아이콘이었다. 부자는 나쁘고 가난한 사람은 착하다는 프레임을 씌웠던 각종 미디어들, 돈돈돈 거리지 말고 들어가서 공부나 하라던 어른들, 그리고 돈, 공부 빼고 다 가르치는 학교. 그래서인지 사회에 나왔을 때 대부분 내 또래들은 돈에 대해서만 아무것도 몰랐다. 자본에 대한 공부 없이 자본주의사회에 나와버린 것이다.

코로나 이후에 '동학개미운동' '영끌족' 등 2030이 재테크에 관심 갖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키워드가 많이 나왔다. 돈, 공부 빼고 다 배운 2030이 그동안 '금융 문맹'이라는 작은 파도들을 겪다가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큰 파도를 맞으면서 '이젠 정말 뭐라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든 게 아닐까.

하지만 재테크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나는 가끔 놀랄 때가 있다. 모두가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시드머니를 모으기 위해 절약과 저축을 하는 20대를 보며 '청춘은 그렇게 보내는 거 아니다' '티끌 모아 티끌이다' 하며 혀를 끌끌 차는 또래 혹은 어른들이 종종 보일 때가 있다. 100%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내가 만난 자산가들 중 80% 이상은 시드머니를 모으기 위해 엄청난 절약을 했다. 하지만 난 6년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돈은 쓰는 것'이지 '모으는 것'이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2030은 부자 되는 법도 모르고, 재테크 하는 방법도 모르는데, 돈 모으는 방법까지 몰랐던 것이다.

적은 월급 탓하며 주말마다 놀러나가 '탕진잼'을 하고, 20대 초반에는 한참 '욜로'라는 말이 유행해서 '그래 한 번뿐인 인생 달리자~!' 하며 주 3,4회씩 술을 마셨다. 나중에 정신 차리고 계산해보니 1년간 술에만 중고차 한 대값을 썼더라. 돌이켜보면 적은 월급이니 더더욱 모았어야 했고, 한 번뿐인 인생이니 더 계획하며 살아야 했는데, 그때의 나는 '어차피 금수저 아니니까 기회는 없어' '부자는 나쁜 거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20세부터 시작한 사회생활인데 6년간 모은 돈이 0원이라는 사실에 큰 현실 자각 타임을 겪고 '1억 원이라도 모아보자'라는 생각으로 재테크를 시작했다. 서점에 가서 처음으로 '부'가 적힌 책들을 사서 읽어보고, 유튜브에서 명품 하울과 메이크업 영상 대신 주식과 부동산 영상을 보고, 주변 사람들도 술친구와 쇼핑친구에서 재테크 친구들로 바꿨다. 더이상 세상 탓이 아닌 내 탓을 하며 나를 바꾸고 주변을 바꾸니 멀게만 느껴졌던 돈이 내 주변으로 가까이 오는 것 같았다.

그때 비로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돈도 인격체구나. 내가 돈을 멀리하면 돈도 나에게 가까이 오지 않는구나.'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 작은 돈부터 아끼고 소중히 여기다보니 어느새 1억 원이라는 큰 눈덩이로 변했다. 그 안에는 아주 작은 노력들이 모여 있지만, 크게 보면 돈을 인격체로 생각한 그 순간부터 달라진 것 같다.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어야 인생이 바뀐다는 말이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2030 또래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돈에 대한 생각부터 바꿔보자고.



김짠부 재테크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