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역이 러시아군의 폭격을 맞으면서 미국에서 8년 전 우크라이나의 방공 무장 지원 요청을 거절한 데 따른 뒤늦은 후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방공 지원을 했다면 러시아군의 공격에 이렇게 속수무책 당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24일(현지시간) 미 NBC방송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내주고 미국 등 서방에 첨단 지대공 미사일 배치 등 방공 무장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는 △러시아 도발 우려 △첨단기술 유출 △우크라이나군의 운용기술 부족 등의 이유로 결정을 주저했다. 당시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 고위관계자 등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1,000㎞도 떨어지지 않은 우크라이나에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했을 경우 러시아의 반발과 첨단 기술이 러시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크라이나군이 이런 무기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도 작용했다.
당시 우크라이나로부터 요청을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무장 지원하면 다른 세력에게 넘어가 악용되거나, 우크라이나에 견딜 수 없는 공격적 행동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냐”고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결국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방공 무장을 지원하지 않았다.
당시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방공 체계 첨단화에 나섰다면 이번 러시아의 침공에 좀 더 잘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러시아군이 지상군 투입 전 미사일과 포격으로 상대를 먼저 제압하는 작전을 펼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공 체계의 중요성은 더 높아진다. 러시아군은 이날 수도 키예프와 북동부 제2도시 하르키프,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2014년 나토 최고연합군 사령관이었던 필립 브리드러브 퇴역 장성은 “지금 돌이켜보면 다른 결정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방공은 매우 현명한 조치였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의 방공 체계는 30여 년 전인 구소련 시절 때부터 사용됐던 것이다. 이는 러시아군의 최첨단 미사일을 막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미국 등으로부터 휴대용 대공미사일 스팅어 등을 지원받았지만 러시아군의 공군 전투력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랜드연구소 다라 마시콧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공군의 대규모 공습과 탄도미사일 등 전투력은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압도한다”며 “러시아가 자유자재로 우크라이나군을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