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대선후보 사이에서 불거진 '기축통화 논란'에 대해 "경제적 의미를 설명하기엔 이미 정치 이슈화됐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총재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기축통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원화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원론적인 대책을 말할 수밖에 없다"며 "기축통화국 대열 진입 가능성에 대해선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아 언급하기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축통화국이 될 수 있는 만큼, 국가채무 비율이 100%까지 올라도 괜찮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발언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아무리 경제적 측면에서 설명해도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확장재정과 긴축재정을 놓고 학계는 물론 시장에서도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국가채무 비율 등에 대해서는 통화정책 수장으로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 총재는 최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중심으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물가 오름세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이번 추경은 전반적인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 확산으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 피해를 지원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물가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앙은행으로선 재정 확대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더 자극하는 건 아닌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3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마지막 금통위를 주재했다. 이 총재는 2014년부터 한은 총재로 재임(2018년 연임)하며 무려 8년간 금통위를 이끌었다. 그는 한은 최장수 근무 기록(43년)도 보유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를 마지막으로 주재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이 총재는 "적어도 1년 뒤 경제 상황을 내다보고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만큼, 흐름이 예상대로 갈지 늘 두려움이 있다"며 "금리가 모든 경제 부문과 경제주체에 무차별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숙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재임 기간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통화정책은 시간이 지나야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