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폭발에 자가격리 임산부 "아기 낳을 곳 없다" 국민청원 등장

입력
2022.02.24 16:45
"대학병원·보건소·개인병원 다 퇴짜"
 방역 당국 "이달 중 확진 임산부 병상 200개로 확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감염 또는 자가격리된 임산부들이 분만할 병원을 찾지 못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한 자가격리 중인 임신부는 아기를 낳을 곳이 없다며 국민청원을 올렸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가격리 임산부는 대체 어디서 아기를 낳아야 합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출산예정일 39주 5일 차 임신부인 청원인은 "다니던 산부인과에서는 자연분만이니 아기가 언제 나올지 몰라 PCR 검사를 38주부터는 주 2회 미리미리 보호자랑 받아놓으라고 했다"고 말 문을 열었다. 이어 "지난 21일 저는 음성, 신랑은 미결정 통보를 받았다. 신랑은 회사를 조퇴하고 바로 PCR 재검을 해 다음 날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청원인은 "저는 동거인으로 자가격리에 포함된다. 오늘 받은 PCR도 음성판정인데 출산 예정일이 불과 2일 남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그럼에도 출산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가격리 중 출산을 어찌해야 할지 대학병원, 보건소, 119 모든 곳에 전화했다"며 관계 기관으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청원인에 따르면, 먼저 119 소방서는 '보건소에서 대학병원에 병상을 구해줘야 분만 가능하고 응급차는 보내줄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대학병원은 '보건소에서 연락이 와야 가능하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가장 황당한 건 그 다음 답변이다. 청원인은 "보건소 선생님이 여기저기 병원을 알아본 결과 대학병원은 코로나 양성 환자만 받아줄 수 있고 음성환자는 안 된다고 한다더라. 개인병원은 자가격리 중이면 절대 못 들인다고 119에 연락하라고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확진 임산부 병상은 있지만 자가격리 임신부 병상은?

청원인은 "이런 상황에서 구급차나 길거리를 헤매다가 아기를 낳아야 하나. 분만할 병원 하나 없는게 현실이냐"며 "아기가 격리 끝나고 예정일보다 늦게 나오도록 하루종일 누워 있다. 임산부들 마음 편하게 아기 낳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청원은 게재 이틀 째인 24일 오후 3시 기준 1,300여 개의 동의를 받았다.

실제 확진자가 폭증하며 코로나19에 걸린 임신부가 분만할 병원을 찾지 못해 거리를 헤매는 상황이 속출했다.

15일 재택치료 중이던 광주의 한 임신부는 진통이 시작되자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대학병원에 병상을 확보했지만, 분만이 임박해 결국 구급차에서 출산이 이뤄졌다. 같은 날 경북 구미에서도 코로나 확진 임신부가 분만할 병원을 찾지 못해 보건소에서 출산했다.

문제가 커지자 21일 방역당국은 "확진된 임신부가 음압 수술을 받거나 분만할 수 있는 병상이 현재 82개 확보돼 있다. 이달 중 200개 병상을 확대할 예정"(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라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