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 제재 동참 공식화

입력
2022.02.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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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경제 제재 포함 등 노력 지지"
한미동맹 등 고려해 신중 기조에서 전환
교민 64명 안전 촉각… 조만간 육로 대피

정부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대러시아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등과 협의를 거쳐 수출통제 항목 조정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 우크라이나 현지에 남아 있는 64명의 교민 안전을 위해서 철수 설득과 지원을 계속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대한민국은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무력 침공 억제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경제 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이에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가 오전 "러시아가 어떠한 형태로든 전면전을 감행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대러 수출통제 등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며 경고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한국도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대러 제재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한반도 문제와 경제, 에너지 공급 등의 분야에서의 주요 협력국인 러시아와의 대립을 피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러시아의 노골적인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고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감안,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과 호주, 일본 등이 대러 제재에 적극 나서는 상황에서 주요 동맹국인 우리 정부만 뒷짐을 지고 있기에는 부담이 크다.

청와대는 이날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러시아가 유엔헌장을 비롯한 국제법을 위반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외교부는 같은 날 밤 대변인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은 유엔헌장의 원칙을 위배하는 행위로서 이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유감' 대신 '규탄'이라는 표현을 써서 비판 강도를 한층 끌어 올렸다. 외교부는 또 “무고한 인명 피해를 야기하는 무력 사용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무력 침공을 억제하고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경제 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하며 이에 적극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재 방식으로는 미국 등이 실행하고 있는 수출통제에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크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금융제재 등) 독자 제재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제재 내용보다) 동참 메시지를 내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교민 안전 확보는 정부의 중요한 과제다. 현지에 교민 64명이 남아 있는데, 이 가운데 약 30명은 생활기반 등을 이유로 잔류 의사가 강하다. 우선적으로 철수 의사를 밝힌 교민들을 공관원이 인솔해 이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관원 중 비필수요원 일부는 교민과 함께 철수하고, 나머지는 현지에 남아 교민들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인근에 비행금지구역이 선포돼 있어 교민의 차량이나 대사관이 확보한 차량을 통해 육로 이동이 이뤄질 예정이다.

외교부는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가 발령된 우크라이나 외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 지역(로스토프, 벨고로드, 보로네시, 쿠르스크, 브랸스크)에 대해 이날부터 여행경보 3단계(출국권고)를 발령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5일 전 재외공관장과 화상회의를 열고 국민과 기업 보호를 위한 방안들도 논의한다. 외교부는 원유 및 천연가스 물량에 대해서도 "국내 수요를 충당할 충분한 물량을 확보했다"며 "국제 공조가 필요한 경우 국제에너지기구(IEA) 및 주요국들과 공동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준기 기자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