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 경제(Gig Economy)'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긱'은 가수들이 클럽을 옮겨 다니면서 공연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제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도 필요할 때마다 계약을 맺고 일을 하는 형태로 바뀌어 간다는 의미에서 긱 경제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긱 경제는 정보통신기술과 네트워크가 만나 플랫폼 노동을 만들어냈다. 한편에선 실리콘밸리와 같은 곳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는 배달, 운전, 가사노동 등의 불안정 노동자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세계 100개국의 플랫폼 노동자 1만2,000명을 조사한 결과, 지난 10년 사이 △웹 기반 플랫폼 노동은 3배 △배달 등 지역기반 노동은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플랫폼 노동자는 220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8.5%이고, 이 중 절반 가까이(47.2%)가 플랫폼 노동을 주업으로 삼고 있다.
팬데믹을 통해 비대면 환경이 일반화되면서 더욱 가속화된 긱 경제는, 자유라는 이름하에 소득 불안정을 가져다 주는가 하면, 노동자들이 개인화되면서 조직노동자 중심의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받기 힘들게 되었다. 이러한 빈틈을 파고들어 발생하는 갈등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최근 택배노동자 파업에서 그 사례를 볼 수 있다. 택배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의 주범인 분류작업에 대해 모든 대리점에 예외 없이 별도 인력을 투입할 것, 택배비 인상분이 택배노동자 처우개선에 쓰일 것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CJ대한통운은 '교섭 의무가 없다'며 대화를 거부, 양측은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파업이 벌써 60일을 넘기고 있다. 노조원들의 상경 투쟁과 본사 점거 속에 늦어지는 택배에 시민불평은 커지고, 노조원과 비노조원 간 갈등이 본격화하고, 일부 언론은 공권력 투입까지 거론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민간이 자율적으로 해결할 일이라며 나서지 않고 있다.
택배노동자 파업에서 보듯이 긱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과정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이면서 사용자가 아니라고 발뺌할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존재한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사람이 죽어나가도 그건 그 일을 선택한 사람들이 겪을 몫이 된다. 긱 노동자들은 이렇듯 취약한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고, 협상과 투쟁의 대상이 분명하지 않다.
탈일자리의 시대, 지금 벌어지고 있는 긱 노동자를 둘러싼 노동 통제와 노동 3권 배제, 소득 불안정 같은 상황은 앞으로 대다수 사람들에게 닥칠 노동의 미래이다. 이번 파업에 동참하는 택배노동자는 2,000여 명으로 전체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의 10%에 지나지 않지만, 만약 이들의 요구가 관철되어 계약서를 다시 쓰게 된다면 모든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나아가 택배노동자를 넘어 모든 긱 노동자들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긱 노동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실에서, 개인화된 노동자들이 어떻게 노동 3권과 같은 권리를 변화된 노동 현실에 맞게 보장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정부와 국회는 신속하게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 전까지 전환기를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떠안을 고통에 대해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사용자가 아니라며 대화를 거부하는 CJ대한통운을 대신해 정부가 직접 택배노동자들을 만나 얘기를 듣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힘들게 일하는 긱 노동자들로 하여금 전환기를 버텨내는 책임마저 지게 하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