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김아중·서강준도 못 살린 디즈니플러스의 늪

입력
2022.02.25 08:27

디즈니플러스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새 오리지널 시리즈 '그리드'를 공개했지만 반응은 여전히 미미하다. 지난해 이용자 수 유치에 실패했던 디즈니플러스가 저조한 성적을 계속 받고 한숨만 뱉는 중이다. '비밀의 숲' 작가의 신작 '그리드'에 걸었던 기대가 컸던 만큼 조용한 반응이 무안하게 느껴진다. '너와 나의 경찰수업'에 이어 '그리드'까지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왜 기대에 못 미칠까.

지난해 11월 밥 차펙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오는 2024년까지 디즈니 플러스 가입고객이 2억 6,000만 명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반응은 조용하다. 출시일인 지난해 11월 59만 3,066명을 기록한 이후 11일 만에 34만 명대로 하락했다. 현재 국내 OTT 순위에서도 고작 5위에 이름을 올리는 중이다. 지난달 디즈니플러스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201만 명으로 넷플릭스의 1,241만 명과 비교했을 때 큰 격차를 보인다.

이 가운데 공개된 '그리드'에 대한 반응도 아쉬움이 가득하다. '그리드'는 태양풍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한 방어막 그리드를 탄생시킨 채 사라진 미지의 존재 유령이 24년 만에 살인마의 공범으로 다시 나타난 후, 저마다의 목적을 위해 그를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서강준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인데다가 김아중의 복귀작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김성균 이시영 등 굵직한 배우진을 내세웠지만 화제성은 적다.

'그리드'는 공개 이후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 기준 전 세계 TV쇼 20위에 올랐다. OTT 통합검색 및 콘텐츠 추천 플랫폼 키노라이츠가 공개한 '오늘의 OTT 랭킹 차트'에서는 2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앞서 디즈니플러스의 두 번째 오리지널 시리즈 '너와 나의 경찰수업'의 전 세계 TV쇼 최고 순위는 13위로 이 역시 저조한 성적표를 안아야 했다. '너와 나의 경찰수업'의 경우 오디션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던 강다니엘의 첫 연기 도전작이지만 그렇다 할 결과물을 받지 못했다. 글로벌은커녕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지 못했다. 플랫폼의 문제도 존재하기에 작품의 문제라고 마냥 꼬집을 수만 없다.

첫 오리지널이라는 수식어로 거창하게 포문을 열었던 '설강화'는 전 세계 TV쇼 12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한국 기준으로는 1위를 차지했다. 다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는 것이 사실이다. 시놉시스 유출로 운동권 학생으로 오해받는 간첩, 인간적인 안기부 캐릭터 묘사 등이 방송 내내 불명예로 남았다. 편성을 맡은 JTBC는 존폐 위기를 연속 편성으로 우회했고 빠르게 막을 내렸다.

OTT로서의 존재감 '희미'

업계 관계자들 모두 디즈니플러스의 존재감이 희미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프레임은 결국 디즈니플러스 스스로가 만든 프레임이다. 론칭 직후 애플리케이션 시스템의 허점이 곳곳에서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완성도 면에서 타 OTT 플랫폼과 비교되면서 거듭 단점이 부각됐다.

이는 결국 신뢰도 문제로 직결됐다. 이용자들로 하여금 디즈니플러스를 정기적으로 구독해야 하는 이유를 납득시키지 못했고 결국 국내 OTT 전쟁 속에서 조용히 밀려난 모양새다. 시리즈물의 주 1회 공개도 이용자들을 한 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임팩트'를 남기기엔 부족했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디즈니플러스를 선택한 구독자들의 '니즈'에 맞지 않은 작품들을 내놓으면서 초반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이 패인으로 보인다. 오리지널 시리즈가 중요한 OTT 시장에서 '너와 나의 경찰수업' '그리드'까지 다양한 장르와 스토리의 작품을 론칭했지만 큰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국내 시청자 유입이 적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입소문'도 기대하기 힘들어진 것"이라 지적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 평가를 유보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는 "제작비 500억 원을 쏟아부은 '무빙' 등의 기대작들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디즈니 플러스의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를 수도 있다. 디즈니 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손에 꼽는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위기를 딛기 위해 디즈니 플러스는 올 하반기 새로운 작품들을 공개한다. 드라마 '키스식스센스'와 500억 대작 '무빙' 등을 내세우며 돌아선 이용자들의 마음을 다시 공략한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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