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사회는 즉각 고강도 제재를 예고했다. 하지만 수차례의 사전 경고에도 러시아가 침공을 강행하면서 제재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전망이 높다.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 가능성이 낮은 가운데 러시아가 오랜 숙원인 ‘우크라이나 비무장화’ 목표를 위해 '벼랑 끝 전술'을 펼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발표 예정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제재와 관련, “비평가들에게는 실망감을, 투자자들에게는 불안함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가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즉각적인 타격을 입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보다 유가 상승, 증시 폭락 등 되레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얘기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러시아에 타격을 가하려면 서방도 타격을 입게 된다”며 부메랑 효과를 경고했다.
가뜩이나 러시아의 침공으로 각국 주식은 폭락하고 국제유가가 급등했는데, 러시아에 고강도 제재를 취할 경우 에너지 공급 부족과 기업 투자 위축으로 세계 경제 위기가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산 석유ㆍ천연가스 수입 중단 조치를 제재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서방이 경제 제재만 거듭 주장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일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총을 쏘기 시작하면 세계 대전”이라며 군사 개입을 배제했다. 지난 22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진입 때도 “미국은 러시아와 싸울 의사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미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코리 샤케 대외국방정책 국장은 “미국이 러시아와의 충돌을 두려워한다는 메시지를 줬을 것”이라며 “최소한 군사 경고만 하더라도 러시아가 과감하게 군사행동에 나서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의 격렬한 반발과 제재에도 러시아가 침공을 단행한 데는 결국 러시아 턱 밑에 있는 우크라이나를 비무장화해 안보를 보장받기 위해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개전 선언에서 “우크라이나의 비군사화를 위해 싸우겠다”며 “러시아는 지금의 우크라이나에서 비롯되는 끝없는 위협에서는 안전을 느끼지도, 발전하지도, 살아가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 병합으로 주력 부대인 흑해함대의 안정을 노렸다면 이번에는 우크라이나를 손에 쥐고 나토의 동진 위협을 막아내겠다는 심산이라는 얘기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무혈입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친(親)러시아 세력이 지배적인 우크라이나 동부와 달리 수도 키예프를 비롯 서부 지역은 유럽 등 서방으로 편입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항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영토의 상당부분을 장악한 뒤 러시아군 철군 문제를 휴전 과정에서 내미는 방식으로 최소한 돈바스 지역을 완전히 빼앗을 것이란 예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물론 이는 미국의 전면적인 군사 개입을 배제할 경우다. 현재까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 군사 개입 가능성은 일축하고 있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유의미한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