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체질 개선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철저하게 수익성 중심의 경영전략으로 비주류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핵심사업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2018년 취임 후 '실용주의'를 강조한 구광모 회장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전자가 6월 30일 자로 태양광 패널 사업을 종료키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힌 배경도 이런 맥락이다.
LG전자는 지난 2010년 태양광 패널 사업을 시작해 고효율 프리미엄 모듈 위주로 사업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은 중국 업체 중심의 저가 제품 판매가 확대되면서 가격경쟁이 치열해지고, 폴리실리콘을 비롯한 원자재 비용 상승 등으로 시장과 사업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 LG전자 태양광 패널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1%대에 머물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해 왔다. 2019년 1조1,000억 원대 매출은 2020년 8,000억 원대로 하락했고, 향후 사업의 불확실성도 지속되는 추세다. 이에 LG전자는 사후관리 등 필요 물량을 감안해 2분기까지만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태양광 패널 사업 관련 국내 600여 명을 포함한 에너지사업부 직원 900여 명에 대해선 재배치를 진행한다. 재배치될 직원들의 역량과 의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되, 타 사업본부 및 LG 계열회사의 인력 수요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행할 계획이다.
태양광 패널 사업이 속한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담당하는 BS사업본부는 △IT(모니터, 노트북 등) △ID(사이니지, 상업용 TV 등) △로봇 사업 등에 집중하고, 사업본부 및 전사 차원의 신사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다만 LG전자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빌딩에너지관리솔루션인 'LG BECON'을 포함해 진행 중인 에너지 관련 사업과 연구·개발은 지속한다.
구 회장이 취임한 후 LG 계열사들은 그동안의 부진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26년간 이어온 휴대폰 사업을 종료했다. 한때 삼성전자와 대등한 수준으로 경쟁했던 LG전자 휴대폰 사업부는 스마트폰으로 급변한 흐름 파악에 실패, 5조 원에 가까운 누적 적자만 쌓였다. 그럼에도 스마트폰 사업의 상징성이나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연계 등에 따른 잠재성장성까지 감안해 사업을 지속해왔지만 결국 구 회장의 결단으로 정리됐다.
구 회장은 이 밖에도 2018년 9월 LG서브원의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 사업 부문의 분할 매각을 시작으로 LG디스플레이의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2019년 4월), LG유플러스 전자결제(2019년 12월), LG화학 편광판(2020년 6월) 사업 등도 철수시키면서 내실 다지기에 올인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정리된 사업만 10여 개에 이른다.
이와는 별도로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은 사업 확장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자동차부품 사업에선 세계 3위 자동차부품업체인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 신사업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있다. 또 지난해엔 LG화학의 배터리 소재 사업 육성을 위해 LG전자의 화학·전자재료 사업을 인수해 사업 경쟁력도 강화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 취임 후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사업부 정리, 인수·합병(M&A)이 진행되면서 그동안 변화에 느리다는 LG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며 "그 사이 LG 계열사들은 최고 실적을 거두면서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의 효과가 발휘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