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은 대통령제를 택한 나라의 ‘민주주의 축제’다. 그만큼 천문학적 비용과 인력이 소요된다. 2017년 제19대 대선만 봐도 3,446억 원의 예산과 48만 명이 넘는 인원이 선거에 투입됐다. 환산해 보니 유권자의 한 표가 ‘8,100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내달 9일 치러지는 20대 대선에선 한 표의 ‘몸값’이 더 오를 것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보건 비용’이 대폭 늘어난 탓이다.
대선에 들어가는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투ㆍ개표 관리 비용이다. 19대 대선에선 전국 1만3,964곳의 투표소와 개표소 251곳을 비롯해 시설 운영비와 인건비 등으로 1,800억여 원을 썼다. 각 정당이 원내 의석수에 따라 배분받는 선거보조금도 421억 원에 달했다. 여기에 선거가 끝나고 득표율 15%를 넘긴 대선후보에게는 선거비용의 100%, 득표율 10% 이상인 후보에게는 50%를 되돌려줬다. 이 돈도 1,225억 원이나 됐다.
선거를 관리하는 인력 역시 수십만 명을 헤아린다. 인원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전국 1만 곳 이상에 설치된 투표소다. 지역별 선거관리위원회와 공공기관 지원 인력 2만5,000여 명에 더해 사무원과 각 대선후보가 2명씩 지정할 수 있는 투표 참관인도 투표소마다 배치된다. 해당 인원만 27만 명은 족히 넘는다.
다양한 선거 물자를 마련하는 데도 ‘억’소리 난다. 2017년 대선에선 총 3억600만 부의 선거공보물이 각 가정에 발송됐다. 또 투표 용지와 선거벽보, 공보물을 제작하는 용도로 종이 5,000톤이 소비됐다. 나무 8만6,000여 그루를 베어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선거 벽보는 전국 8만여 곳에 부착되는데, 한데 모으면 서울 잠실야구장을 50번이나 채울 정도다.
이번 대선에선 비용이 훨씬 증가할 게 확실하다. 코로나19 급증세로 ‘방역’ 관련 지출이 대폭 늘어서다. 지난해 3월 공직선거법이 개정돼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 등의 관리 예산도 많아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관리 비용만 지난 대선보다 860억여 원 늘어난 2,662억 원 이상 들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밖에 투표소 500곳이 추가되고, 선거보조금도 물가상승에 따라 40억 원 넘게 증가했다.
선관위가 추산한 대선 총비용은 4,352억여 원. 아직 선거인명부가 확정되지 않았으나, 지난 대선(4,247만 명)을 기준으로 하면 1인당 투표권 가치는 ‘1만200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당신의 한 표가 더 소중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