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1분 발언에 감사하다고 하셨지만… 저는 부끄럽고 죄송할 뿐입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23일 전국장애인차별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 현장을 찾아 고개를 숙였다. 21일 TV토론에서 심 후보가 마지막 발언 시간 1분을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데 쓴 것에 전장연이 감격해하자, 심 후보는 도리어 "죄송하다"고 했다.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며 울먹인 심 후보는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보를 위해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심 후보는 23일 아침 지하철 4호선 서울역 회현 방면 6-2번 승강장으로 향했다.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가 3주째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전장연은 지난 3일 장애인의 이동권과 교육권 등 기본권 보장 예산 확보를 요구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심 후보 말고는 이들을 돌아본 대선후보가 없다.
심 후보는 이들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은 정치의 책임이라고 반성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이 엄동설한에 이렇게 위험한 투쟁을 하고 싶으셨겠나"라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부나 정치권이 귓등으로도 듣지 않기 때문에 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상황의 책임은 세계 10위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이동권조차 보장하지 않는 대한민국 정치와 정부에 있다"고 했다.
이어 심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무관심을 겨냥했다.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예산은 세 후보의 선심성 공약 예산에 비하면 정말 몇 푼 안 된다"라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시위로 출근길에 불편을 겪은 시민들에게는 이해를 구했다. 심 후보는 "부모의 임종을 지키러 가지도 못했다는 장애인의 절절한 사연을 들었다. 이런 실상을 이해한다면, 화가 난 마음이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심 후보의 방문을 계기로 전장연은 내달 2일까지 시위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후 나머지 대선후보들이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보를 약속할 때까지 시위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