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사는 A씨는 인접한 여의도에 위치한 회사로 출퇴근을 한다. 집과 직장이 가까워 좋겠다는 얘기를 듣지만, 그때마다 A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야근이 잦은 A씨는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는데, 배차가 되지 않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택시로 10분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길게는 한 시간 넘게 배차를 기다린 적도 있다.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동료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배차에 성공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A씨는 카카오택시 배차 알고리즘에 의구심이 생겼다.
서울시 조사 결과, A씨가 품고 있는 의혹은 어느 정도 사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택시의 '승객 골라 태우기' 정황이 일부 확인된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간 택시 플랫폼 시장의 90%를 장악한 카카오택시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카카오택시 호출이 잘 안 된다"는 시민들 민원이 잇따르자 실제 점검에 나선 것이다.
실태 조사는 여론조사업체 조사원이 카카오택시 호출앱으로 841대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는 △장거리(10㎞ 이상)·단거리(3㎞ 이내) △평일·주말 △도심·비도심 △아침·저녁·밤으로 나눠 이뤄졌다.
조사 결과, ‘평일 밤 시간대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이동하는 단거리’의 경우 호출 성공률이 23%로 전체 호출 유형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같은 조건에서 장거리를 이동하는 경우엔 호출 성공률이 54%로 2배가량 높았다. 거리와 시간대별 배차 성공률은 단거리(66.4%)·평일(63.3%)·밤(58.6%)에 낮았고, 장거리(81.8%)·주말(88.1%)·저녁(83.2%)은 높았다.
서울시는 택시업계에서 불만을 제기한 카카오택시의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 관련 실태조사도 벌였다. 조사 결과 일반택시를 호출해 배차에 성공한 경우 가운데 39%는 일반택시가 아닌 가맹택시(카카오T블루)가 배차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승객이 많은 ‘평일 밤 시간대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호출의 경우, 가맹택시 배차 비율이 16.7%로 낮았다. 반면 승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말 아침 도심에서 도심으로 가는’ 호출은 가맹택시 배차 비율이 86%로 높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 승객이 많은 평일 밤 시간대에 장거리 승객일수록 호출 성공률이 높다는 것이 실제 확인됐다"며 "카카오택시가 승객 목적지를 기사에게 제공하는 것이 골라 태우기와 관련 있다고 의심이 가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 호출 시 가맹택시가 배차되고 있는 것도 확인됐지만, 카카오택시 배차 알고리즘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후속조치로, 승객의 목적지를 구체적인 위치가 아닌 자치구 단위까지만 표출하고, 장기적으로는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할 것을 카카오택시 측에 요청했다.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구심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승객 호출 시, 일반택시가 우선 호출받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5분)을 주고, 이후 가맹택시에 콜을 주는 방식도 제안했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자료를 카카오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전달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에는 가맹·중개택시 인허가 등 관리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해 달라고 건의하고, 관련 제도 개선도 요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