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진자가 23일 역대 최다인 17만 명을 넘어서는 등 폭발적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에서 잇달아 방역 낙관론을 꺼내고 있다. 섣부른 낙관론이 의료체계에 부담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지난 며칠간 정부 당국자들은 앞다투어 낙관론을 꺼내고 있다. 지난 22일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금 상황을 풍토병(엔데믹)으로 자리 잡는 단계라고 밝힌 데 이어 김부겸 국무총리는 23일 “과거와 같이 확진자 수만 가지고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정책을 큰 틀에서 개편해 나가겠다"고 했다. 사실상 지금부터 출구전략을 선택하겠다는 의미다.
오미크론의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앞선 변이들보다 낮다는 게 정부가 낙관론을 펴는 근거다. 하지만 이날 위중증 환자가 35일 만에 500명을 넘었고(532명), 사망자도 99명으로 역대 4번째였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젊은층에는 가벼운 독감 수준일지 몰라도 70대는 100명 중 1명, 80대는 20명 중 1명이 사망할 정도로 고령자에게 오미크론의 독성은 가볍지 않다. 이달 초만 해도 계절독감도 고위험군에는 치명적이라던 정부의 입장이 돌변한 게 눈앞에 다가온 대선을 의식한 것이 아닌지도 우려된다. 지난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 즉시 거리 두기 완화’를 약속하자마자 맞장구치듯 정부 인사들이 낙관론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 해외 각국이 방역조치를 풀고 있지만 이들도 감염자가 정점을 찍은 뒤 규제를 완화했다.
단계적 방역완화와 일상회복은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지만 성급하게 이를 추진하다가는 일상회복이 오히려 늦어질 수밖에 없다. 50만 명을 넘어선 재택치료자 관리, 큰 폭의 증가가 예상되는 위중증 환자들을 위한 의료자원 확보, 백신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영·유아 감염 확산 방지 대책 등 여전히 보완할 부분이 많다. 지금은 경각심을 늦출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