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대통령 선거 어른들에게 이용 당해 화가 나네요"

입력
2022.02.23 19:01
20대 청년 7명 해남 군민광장서 기자회견
"윤 후보 지지 선언 사실과 다르다" 반박



"생애 첫 대통령 선거인데 어른들에게 이용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화가 납니다." '(가칭)해남을 사랑하는 청년' 7명은 23일 전남 해남군청 앞 군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힘, 청년들 가슴에 상처 주지 마십시오"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지난 11일 인터넷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얼굴과 함께 윤석열 후보를 지지선언했다'는 보도내용과 관련, '땅끝마을 생애 최초 NEW(뉴)권자 연합 윤 후보 지지선언' 등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어느날 갑자기 자신이 뉴권자연합 대표가 됐다"고 말은 꺼낸 장익준(22)씨는 "생애 처음 대통령 선거일 투표를 기다렸는데 최근 황당한 일을 당하면서 화가 나는데도 어디에 하소연도 못해 미치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이번 대통령 선거에 나선 윤 후보를 지지한 사진과 기사가 일부 인터넷 매체에 보도되면서 친지와 선후배들로부터 "네가 대표냐"는 걱정과 비난 섞인 문의로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이어 장씨는 "동네 선배가 오랜 만에 밥 한끼 먹자고 해서 갔더니 마을 어른들이 있었고 '예의없다'는 말을 듣기 싫어 거절도 못하고 시키는데로 했다가 낭패를 봤다"고 말했다. 장씨 일행이 지난 2일 당초 약속장소로 알고 간 곳은 갈비탕집이 아니라 폐업해 국민의힘 해남연락사무소로 사용하는 곳이었다. 도착하니 마을 어른들이 "독선과 내로남불만 일삼은 민주당 정부보다는 윤석열 후보가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지지를 선언한다"는 문구를 들고 서 있는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이에 장씨 등 해남과 진도 출신 20대 15명은 "우린 서로 하지 않겠다"고 거절했지만, 어른들은 "괜찮다. 아무 문제 없다. 언론 등에 유출도 안되고 본인만 보관한다"고 계속 종용했다.

장씨는 빨리 이 자리를 떠야 한다는 생각뿐이었고, 그래서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민주당은 거대 여당으로 국민의 아픔은 뒤로했고, 집권당의 대선 후보는 온갖 비리의 온상이기 때문에 지지하지 않는다. 윤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해남에서부터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겠다'는 지지선언문을 낭독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11일 인터넷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얼굴이 나온 '윤석열 후보 지지선언' 사진이 공개되고 실체도 없는 '땅끝마을 생애 첫 NEW(뉴)권자연합' 소속도 모라자 대표로 표시되는가 하면 15명이 50여 명으로, 모임일도 설날 다음날에서 11일로 기재되는 등 모든 것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해남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가 선거법위반 혐의로 국민의힘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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