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하는데, 그 말조차 점잖은 표현이라는 생각이다. 나는 지금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대선 후보 두 사람이 싫은 정도를 넘어, 솔직히 두렵다. 어느 쪽이 대통령 취임식장에 선 장면을 상상해도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한 사람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 삶의 굴곡을 감안해도 반칙이 너무 잦다. 다른 한 사람은 부부가 함께 무속에 심취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겠다. 청와대에 들어가서도 도사들의 유튜브 영상을 볼까 두렵다.
다음 달 9일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 1, 2위 후보를 찍을 것 같지 않으니 내 표는 이른바 사표(死票)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반드시 투표소에 가서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고 오련다. 즉 나는 이번 대선에서 내 표가 당선자에게 가지 않아도 ‘죽는 표’는 아니라고 믿는다. 이유를 꼽아보니 네 가지나 된다.
첫째로 어떤 후보에게든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주고 싶지 않다. 누가 당선이 되든, ‘나를 싫어하는 국민이 이렇게 많다’는 경계심을 갖고 국정에 임하게 만들고 싶다. 대통령 탄핵도 해낸 국민들이니, 이는 제법 현실적인 부담이 될 테다.
둘째로 올 6월 지방선거를 이번 대선보다는 좀 낫게 만들고 싶다. 지금 양강 후보를 이 자리에까지 띄운 것은 진영 논리와 증오의 힘이었다. 거기에 함몰되지 않은, 정책으로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정치 신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다.
셋째로 2027년을 기다리며 용꿈을 꾸는 이들에게 경고를 하고 싶다. 2022년 대통령 당선자의 득표율이 높으면 그의 선거 전략을 ‘승리의 공식’으로 착각할 이들이 생긴다. 무시하지 못할 사표율로 그런 헛된 기대를 분쇄하고 싶다.
넷째로 나 스스로 이번 대선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보기 싫으니 자꾸 고개를 돌리게 되는데, 그런 무관심이 이 수렁의 한 원인 아니었나 싶어 등이 서늘해진다. 이 선거를 똑똑히 지켜보고, 분석하고, 기억해야 한다. 민주사회의 시민에게는 정치 참여의 책임이 있고, 거기에는 당연히 투표 행위도 포함된다.
으스스한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어쩌면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추궁을 당할지도 모른다. “도대체 당신들은 2022년에 뭘 한 거예요?” 하고. 그때 적어도 “바뀔 게 없을 거 같아서 선거일에 그냥 놀러갔어”라고 대답하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