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함께 2018년 7월 선출된 전국 226개 시·군·구 기초의회의 민선 7기 기초의원 2,978명의 상세 이력을 전수조사한 결과, 겸직 미신고 의원 1,642명 가운데 763명은 실제로는 겸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는 기초의원들의 상세 이력을 전수조사하고, 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한 의원들의 겸직 신고서류와 대조해 겸직 미신고 실태를 확인했다.
겸직 미신고 기초의원 중에는 지방자치법상 겸직이 불가능한데도, 임기 중 계속 자리를 지켰던 사례도 여럿 있었다.
이재만 경북 울릉군의원(51∙국민의힘)은 의회 홈페이지 프로필에 ‘(현)울릉새마을금고이사’라고 적었다. 법인등기부 확인 결과 이 의원은 2016년 2월 9일 새마을금고 이사직에 취임해 2020년 2월 9일 퇴임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의원은 새마을금고 임직원을 겸직할 수 없다. 이는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개정안뿐 아니라, 이 의원이 군의원에 당선된 2018년 지방자치법에도 명시돼 있다.
특히 이 의원 선출 직후인 2018년 7월 행정안전부가 배포한 '지방의원 의정활동 안내서'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임직원은 의장의 사임권고 같은 별도 절차 없이 스스로 물러나야 하는 자리다. 이 의원이 새마을금고 이사직을 합법적으로 유지하려면 의원직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이 의원은 군의원 당선 후에도 당연 퇴직해야 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2년 가까이 새마을금고 소속으로 남아 있었던 셈이다. 그는 "2019년 말까지 근무하다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자진 사퇴했다”며 "세밀하게 챙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울릉군의회는 그러나 이 의원의 겸직 문제를 파악해 걸러내지 못했다.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2018년 이후 전국 기초의원 징계의결 자료 등에 따르면, 울릉군의회는 겸직과 관련해 소속 의원들에게 징계한 적이 없었으며, 의장의 사임 권고 또한 한 번도 없었다.
울릉군의회 관계자는 “솔직히 의원이 스스로 겸직 사실을 의회에 알리지 않으면 ‘숨겨진 겸직’을 파악할 방법이 없다”며 “올해 초 신설한 조례에는 의장이 의원들의 겸직 신고를 연간 1회 안내하고 신고 여부를 점검하는 등 적극적 관리를 의무화했다”고 해명했다.
임기 시작 전에 사임한 이력을 홈페이지 프로필에 ‘현직’으로 기재해 3년 넘게 겸직 중인 것처럼 이력을 관리해 온 기초의회도 있었다.
황종성 대전 동구의원(67∙더불어민주당)은 올해 1월 26일까지 ‘현 ㈜윤성건설 이사’라고 의회 홈페이지 프로필에 기재했다. 그러나 윤성건설 대표 황모씨는 본보 통화에서 “황 의원은 회사 임원으로 재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의원이 되기 전에 임원이 아닌 ‘직원’으로 잠깐 근무한 경력이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황 의원이 본보에 보내온 윤성건설 경력증명서에 따르면, 황 의원은 2017년 8월부터 2018년 6월 말까지 임원이 아닌 ‘본사 공무’를 수행했다고 적혀 있었다. 황 의원은 동구의회를 통해 취재진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임기 시작 전에 윤성건설에서 사직했고 의원 등록 시 겸직 사실이 없다는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알려왔다. 그러면서 “의원 프로필에 현직으로 기재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동구의회는 본보 취재가 시작되기 전까지 황 의원 이력이 ‘가짜’로 기재됐던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황 의원은 “의회 담당 직원이 한국일보와의 통화 과정에서 프로필이 잘못 기재됐음을 인지하고 즉시 수정했다”고 밝혔다.
정치플랫폼 섀도우캐비닛의 김경미 대표는 "시·군·구 의원들의 이력이 객관적인 정보로 관리되도록 하는 것은 의회사무국의 당연한 책무"라면서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이자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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