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1일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대선 후보 1차 토론회에서 마지막 1분 발언을 장애인권리예산 확보에 할애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대선 후보들이 장애인권리예산을 약속하면 멈추겠다"며 서울 지하철 4, 5호선에서 22일까지 20일째 출근길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심 후보는 이날 "시민 박경석님이 보내주신 1분 발언을 하겠다"고 운을 띄었다. 이날 오후 8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각 후보에게 마지막 발언 기회가 주어졌을 때였다. 박경석씨는 전장연 상임대표다.
심 후보는 "장애인분들이 이동권 예산을 촉구하며 매일 시위를 하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는 시민들도 많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은 시위하는 장애인들에게 있는 게 아니라 세계 10위 선진국임에도 이동권조차 보장하지 못한 정치권에 있다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선 후보로서 매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심 후보는 다른 후보들도 같은 생각일 거라며 시위 중단을 간곡하게 요청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장애 선진국을 만들겠다는 약속, 후보님들도 동의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시위를 걷으시고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장애인 선진국 만드는 나라를 할 수 있도록 성원하겠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전장연은 22일 입장문을 내고 심 후보의 발언에 감사를 표했다. "출근길 시민들의 불편한 상황이 발생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이날 시위는 승하차 없는 선전전으로 대체했다. 그러나 다른 세 후보들이 TV토론으로 공개 약속하기 전까지 출근길 시위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전장연은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후보님도 심 후보의 1분 발언에 동의하나"고 물으며 "TV토론을 통해 시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답해달라"고 요청했다.
전장연이 출근길 시위를 불사하는 것은 "예산 없이 권리 없다"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지난 20년 동안 저상버스 도입이 공회전하고, 서울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가 100% 완료되지 않은 것도 항상 예산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특히 지난해 교통약자법 개정안이 통과하며, 특별교통수단의 시외 운행에 필요한 예산의 근거가 마련됐으나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두면서 전장연이 반발하는 계기가 됐다.
심 후보는 1분 발언에 이어 23일 오전 7시 30분 지하철 4호선 회현 방향 플랫폼에서 진행되는 전장연 선전전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후보로서는 첫 방문이다. 시위 장기화에 따른 갈등 해소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행보로 읽힌다.
심 후보는 전장연의 구체적 요구사항을 듣고 정치권이 갈등을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다른 대선 후보들에게도 예산 약속을 촉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민들이 시위에 공감하는 측면도 있지만 불편함도 있다는 점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