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대규모 서울 도심 집회… "대화 말미 주겠다" CJ대한통운 점거 일부 해제

입력
2022.02.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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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여 명 모여 택배노동자대회 개최
위원장은 물·소금 끊는 아사단식 돌입
진보당 대선 유세로 '편법 신고' 지적도

CJ대한통운을 상대로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가 파업 56일째인 21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택배노조는 다만 이날까지 CJ대한통운이 노사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본사 점거 농성도 일부 풀었다.

택배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2022 전국 택배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참석 인원은 주최 측 추산 2,000여 명이었다. 노조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택배요금 인상분을 회사가 독식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CJ대한통운에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파업에 돌입했고 이달 10일엔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해 이날까지 12일째 농성하고 있다.

당초 이날을 CJ대한통운의 대화 수용 시한으로 설정하고 파업 확대 등을 예고했던 택배노조는 회사에 말미를 주는 걸로 방침을 바꿨다. 종교·시민사회 단체, 정당 등 88개 기관이 참여한 'CJ택배 공동대책위원회'가 이날 성명을 내고 "사회적 합의의 정신을 되살려 다시금 대화의 장을 열어내고 현재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노조는 CJ대한통운 본사 1층과 3층에서 진행하던 점거 농성을 1층에서만 진행한다는 '유화책'도 내놨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시민·종교단체가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조에 양보를 부탁해 오늘부로 CJ대한통운 본사 3층 점거 농성을 해제한다"며 "마지막 대화의 기회를 주기 위해 대승적으로 특단의 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농성 해제가 CJ에 잘못된 판단의 근거로 작용한다면 점거 농성보다 더 큰 농성을 하겠다"고도 했다.

진 위원장은 이날부터 물과 소금을 모두 끊는 아사단식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하는데 위원장이 아사단식이 아니라 그 무슨 투쟁을 못 하겠냐"고 말했다.

이날 택배노조 집회는 공식적으로 김재연 진보당 대선후보의 선거 유세로 신고됐다. 현행 방역지침상 집회는 백신 접종 완료자 299명까지만 참석할 수 있기 때문에 인원 제한을 받지 않는 형식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엄중한 상황에 편법으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진보당 관계자는 "선거 유세에 택배노동자들이 참석한 것이지, 택배노조에 유세 차량을 빌려준 적이 없다"며 "다른 정당의 유세 현장에도 많은 인원이 몰리고 있는 만큼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한 노조원 중 불법 행위를 한 혐의가 있는 이들을 특정해 수사하고 있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일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고 당일 사측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했다"며 "현재까지 25명을 특정해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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