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남들과 비교하는 내 모습이 너무 싫어요.
저는 31세 직장인입니다. 원래 이러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자꾸만 예민해지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 같아요.
스스로 생각했을 때 예전의 저는 혼자서 뭐든 잘하고 인간관계에 미련도 없었어요. 남들이 뭘 하든 별로 신경쓰지 않고 저의 길을 온전히 잘 갈 수 있었어요. 이건 아무래도 뚜렷한 목표가 있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저는 원래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24세에 일반 회사에 일찍 취업하고 나서도 대학원을 다니며 더 좋은 직업으로의 전직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하지만 바쁜 업무에 치이다보니 공부가 힘들어졌고 결국 지금의 회사에 정착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지금은 다른 목표 없이 계속 같은 회사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루고 싶은 목표가 없는 지금, 저에겐 인간관계가 제 삶의 주된 부분이 된 것 같아요. 특히 늘 남과 비교하게 되는 모습이 심해졌어요. 예를 들어 친한 친구가 남자친구가 생기면 축하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금세 속상해져요. '왜 난 남자친구가 없을까, 난 왜 이렇게 초라할까'라며 스스로 괴로워해요. 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싼 호텔에 간 사진을 올리면 '나는 비용 때문에 호텔에 자주 가지 못하는데, 난 왜 이럴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내 모습이 너무나 싫어서 자기혐오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에요. '20대 초반만 해도 자기 주관도 뚜렷하고 내 길만을 잘 가고 있었는데 왜 이렇게 됐지'라는 생각에 저 스스로가 정말 한심해요. 그러다보니 기분도 가라앉고 마음이 우울해져요.
나름대로 이런 상황으로부터 빠져나오려고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떨쳐내려고 하는데요. 뭔가 근본적인 것들은 해결되지 않아서 계속 답답한 마음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박희정(가명·31·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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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날이 갈수록 끊임없이 나와 타인을 비교하게끔 만드는 것 같아요. 누구나 적극적으로 자기 홍보(PR)를 하는 요즘 시대엔 자신의 좋은 모습만 전시하게 되니 비교의식은 더욱더 심해지죠.
비교하는 마음이 든다고 해서 아예 타인 및 세상과 단절될 수는 없겠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까요. 지금 희정씨에게 필요한 것은 온전히 자신의 중심을 찾는 것일 겁니다.
저는 이런 희정씨에게 싱어송라이터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라는 노래를 추천합니다. 가사는 매우 단순해요. 누군가에게 마음껏 자랑하라고 하면서 자신은 전혀 부럽지 않다고 반복하는 게 전부입니다.
그러나 이 독특하고 엉뚱한 가사에 비교의식의 핵심이 들어있습니다.
'너한테 십만 원이 있고 나한테 백만 원이 있어/그러면 상당히 너는 내가 부럽겠지 짜증나겠지/근데 입장을 한 번 바꿔서 우리가 생각을 해보자고/나는 과연 너 덕분에 행복할까/내가 더 많이 가져서 만족할까/아니지/세상에는 천만 원을 가진 놈도 있지/난 그놈을 부러워하는 거야/짜증나는 거야/누가 더 짜증날까/널까 날까 몰라 나는'
바로 비교의 상대성입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조건을 가진 사람도 결국 자기보다 더 많이 소유한 사람을 보고 부러워한다는 거죠. 타인이 자신을 보면서 부러워하지만 그는 그 사실에도 행복을 느끼지 못합니다.
지금 희정씨는 남자친구가 없고 비싼 호텔에 자주 가지 못하지만,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끈기를 지녔고 힘든 회사생활을 무려 7년이나 버티고 있습니다. 끈기가 부족해 힘든 사람들은 희정씨의 이런 모습을 부러워할 수도 있어요.
저는 또 희정씨에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Answer : Love Myself'를 추천하고 싶어요.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자신의 모습이 혐오스럽다고 하셨죠. BTS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쩌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하자/너가 내린 잣대들은 너에게 더 엄격하단 걸/네 삶 속의 굵은 나이테 그 또한 너의 일부, 너이기에/이제는 나 자신을 용서하자 버리기엔/우리 인생은 길어 미로 속에선 날 믿어/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은 오는 거야'
비교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지금 희정씨를 힘들 게 하는 건 단순히 비교하는 자신의 모습 뿐만 아니라 그런 모습을 책망하는 생각인 것 같아요. 사람들은 누구나 단점을 안고 살아갑니다. 희정씨의 감정 상태를 오롯이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채찍질하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때 희정씨가 자기 중심을 잡고 희정씨만의 삶을 살아낼 수 있게 될 겁니다.
◇ T형 기자의 추천 콘텐츠
'우와, 멋있다!' 희정님의 사연을 보고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괴로워함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있잖아요. 보통은 열등감 같은 것을 느낄 때에 오히려 그 대상을 깎아 내리면서 자기 정당화를 하기 마련인데,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모습 얼마나 멋진가요.
요즘처럼 SNS를 통해 타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볼 수 있는 시대에, 어느 누가 자격지심과 열등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어요. 이 감정들이 모두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여 보세요. 훨씬 마음이 편안해질 것입니다.
저도 SNS의 다른 사람 사진을 보셔 이따금 열등감을 느끼곤 하는데요. 그럴 때엔 과거 어디선가 들었던 '타인의 SNS는 하이라이트, 내 인생은 연속 드라마'라는 표현을 떠올립니다. 연속 드라마에는 온갖 희로애락이 모두 등장하죠. 하지만 예고편이나 하이라이트 편집 장면에서는 가장 화려하고 행복한 모습만 나옵니다. 우리는 타인의 가장 빛나는 모습과 자신의 가장 평범한 일상을 비교하며 괴로워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이런 고민으로 자기혐오 감정까지 느낀다는 희정님을 위해, 사기 행각으로 미국 사회를 흔들었던 '애나 델비'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애나 만들기'를 추천해요. 실존 인물과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재구성한 드라마예요. 갑자기 웬 사기극을 추천하냐고요? 이 드라마는 SNS를 통해 들여다 본 타인의 삶이 얼마나 허상에 가까운지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거든요.
2013년 뉴욕 사교계에 등장한 애나는 자신을 '6,000만 달러 신탁 계좌를 가진 독일 상속녀'라 소개하며 유력가들과 교제합니다. 패션·연예계는 물론이고, 사업가나 은행, 법률가마저도 그의 거짓말에 홀라당 넘어가 버리고, 급기야 수억 원 대 사기 행각에 놀아납니다. 알고 보니 그는 빈털터리 러시아 여성이었고, 신탁 계좌 같은 건 애당초 없었습니다. 카드 대금 지불을 위해 여러 카드를 돌려 막고, 호텔에서 무전취식을 하기도 하죠. 자타공인 미국의 상류층이라는 인물들은 대체 어쩌다가 빈털터리 여성에게 속은 걸까요.
그 중심에는 바로 SNS가 있었습니다. 애나는 남의 카드로 몰래 긁은 명품 옷으로 스스로를 치장했고, 뉴욕의 특급 호텔에만 머물며 그곳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의 부를 선망했습니다. 한번 사교계에서 '브이아이피(VIP)' 대접을 받기 시작한 애나의 앞에 장애물이란 없습니다. SNS로 본 그의 삶은 '부자 상속녀' 그 자체였으니까요.
희정님께 드리고 싶은 조언은 딱 두 가지예요. 먼저, 타인의 행복한 삶을 보며 느끼는 비교 감정이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것을 깨닫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의 허구성을 분명히 직시하기. 이 점을 견지한다면 다른 사람의 SNS를 보면서도 스스로 중심을 단단하게 세울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