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도입 당시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화이자의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영 힘을 못 쓰고 있다. 정부는 도입 초기 하루 1,000명 이상 투약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투약 시작 후 5주가 지난 이달 17일까지 총 재고 2만2,935명분 중 8,905명에게 투약되는 데 그쳤다.
정부는 투여 대상 및 처방 가능 의료기관을 늘려 먹는 치료제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선 의료 현장에선 "병용 금기 약물이 많고, 의사들이 처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조치가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21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부터 먹는 치료제의 투여 대상 범위를 40대 기저질환자까지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4일 투약이 시작된 이래 세 번째 투약대상 확대 조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약의 수급 상황, 처방률, 투약률 등을 고려해 고위험군부터 순차적으로 먹는 치료제의 처방대상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 위험도가 높은 환자가 우선 처방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저질환자의 범위 중 체질량지수 25 이상인 과체중을 30 이상인 비만으로 변경해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게 투여를 집중하는 한편, 발열·숨참 증상이 있는 경우 또는 예방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60세 이상 환자에게 먹는 치료제 투약을 우선 고려할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는 치료제 처방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5일부터는 호흡기클리닉, 호흡기진료 지정 의료기관에서도 먹는 치료제 처방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정부가 이처럼 치료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들을 내놓는 이유는 치료제의 효과성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방대본에 따르면 먹는 치료제 복용 완료자 301명 중 81.1%가 코로나19 증상이 호전됐다고 응답했으며, 89.4%는 다른 코로나19 환자에게 팍스로비드 복용을 추천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문제는 일선 병원에서 처방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동네 의사들이 검사·진료·재택치료 관리까지 도맡고 있는 상황에서 먹는 치료제 처방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며 "수가도 낮고 의료진이 환자의 부작용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 처방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팍스로비드 투약을 늘리려면 △정부의 투약 대상 조건 완화 △28개에 이르는 병용 금기 약물과의 복용 일정 조정 등의 방안을 좀 더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부터 노바백스 백신 접종 사전예약이 시작됐다. 사전예약을 한 사람은 3월 7일부터 전국의 위탁의료기관에서 예약한 날 접종할 수 있으며, 2차 접종일은 1차 접종 후 3주 이후로 자동 예약된다. 또 사전예약을 하지 않아도 당일 접종을 받을 수 있으며 코로나19 예방접종 홈페이지에서 지정위탁기관을 확인할 수 있다.
방역당국은 "국민들의 접종 경험이 많은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노바백스 백신 도입으로 미접종자의 접종 참여가 확대됐다"며 "2월 3주 차 18세 이상 1차 접종자는 4만3,000명으로 이 중 2만7,000명이 노바백스 백신을 맞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