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님들, 국민이 뭐 대단한 걸 바라던가요

입력
2022.02.21 20:00
25면

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무려 14년 전 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버스비 70원' 발언은 그로서는 억울한 면이 있다. 사실 버스비를 모른다는 게 주가 조작이나 금품 수수 같은 범법행위는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당시 그 발언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엄청났다. 사소한 무지에 사람들이 열을 올린 이유는 간단했다. 국민의 삶을 좌우할 자리에 앉겠다는 사람이 그렇게 세상 물정을 몰라서 되겠냐는 것이다.

'버스비 70원' 발언 이후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는 교통비나 최저임금을 십 원 단위까지 따져 묻는 게 마치 유행처럼 퍼져나갔다. 그러나 그것도 방향을 잘못 잡기는 매한가지였다. 사람들이 '버스비 70원' 사건에서 바랐던 건 서민의 삶이 어떻다는 걸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으란 것이지 금액을 놓고 '지식 배틀'을 벌이라는 게 아니었다. 다른 무엇보다, 보편적인 생활상을 안다는 건 정치인이 가져야 할 기본 소양인 것이지 자랑이 될 수 없다.

국민이 정치에 바라는 건 별것 없다. 그 누구도 정치인들에게 빛나는 철학의 완성이나 획기적인 제도의 도입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먹고사는 문제나 제대로 해결하길 바랄 뿐이다. 그러려면 최소한 국민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아보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그러나 진영의 대변인이 된 정치인들의 언어는 국민의 생활상을 파악하고 보듬으려 하기보다, 상대편 의제의 허점을 찾고 공격하기에 바쁘다. 때로는 세간의 인식과 동떨어진 행동과 발언으로 염장을 지른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며칠 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향해 "세상 물정을 너무 몰라 위험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나는 그 우려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일평생 검찰이라는 높디 높은 성 안에서 지낸 그가 범인(犯人)의 심리는 훤히 꿸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성 바깥 범인(凡人)들의 생활상을 잘 알 리는 없다. 청년들은 누구나 한 번쯤 사용했을 법한 '구직 앱'의 존재를 몰랐던 건 기본이다. 고등학교를 기술고·예술고·과학고로도 나눠야 한다는 주장을 할 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종 등 수시 전형의 특수성은 고사하고, 고등학교 구분 사실도 모르는 그에게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맡길 수 있을까?

서민을 위한 정당임을 자처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이 호남지역에 스타필드·코스트코 등 복합쇼핑몰을 유치하겠다고 공약한 게 화제가 되자 민주당은 "상생과 연대의 광주 정신을 훼손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전 공동대표는 한술 더 떠서 "5일장이 3개나 있어서 복합쇼핑몰이 필요 없다"는 소리를 태연하게 늘어놓는다.

뭐만 하면 '광주 정신'을 꺼내는 그들에게 청년들은 묻는다. 도대체 그 광주 정신이 무엇이냐고. 시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는 동시에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려는 노력은 털끝만큼도 하지 않으면서, 지역사회를 어떻게 발전시킬 거냐는 사람들의 물음에 추상적인 구호, 관념적인 개념어들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게 광주 정신이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우리 정치가 어떻게 된 건지 이제는 국민을 향해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냐"고 묻는 정치인조차 없다. 유력 후보들은 그저 복수에 눈이 멀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대선, 우리네 삶도 이번 대선처럼 깜깜하고 답답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남은 시간 동안 유심히 관찰해야 할 것이다. 누가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인가를. 적어도 세상 물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아는 후보와 정당에 표를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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