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탕과 신천지

입력
2022.02.20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향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생태탕 전략’은 오판이었다. 표심엔 영향이 적고 지겨움만 남겼다. 단지 네거티브여서, 사실 여부가 불분명해서가 아니다. 오 시장이 생태탕집을 방문한 게 사실이라 해도, “처가 땅이 개발대상인 줄도 몰랐다”는 말이 거짓이었음을 드러낼 뿐 처가에 개발이익을 주려 시장 권한을 남용했음을 입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본질과 거리가 먼 네거티브가 파장이 크지 않았던 게 당연하다.

□ 민주당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신천지의 유착 의혹을 공격하는 것이 꼭 생태탕꼴이다. 설사 언론 보도처럼 ‘영매를 건드리지 말라’는 건진법사의 조언에 따라 윤 후보가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하더라도 치명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방역당국이 “강제수사는 신자를 숨게 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었고 압수수색을 못 해서 신도 명단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싹 무시한 채 신천지만 외치면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면 유권자를 우습게 보는 것이다.

□ 물론 윤 후보에 드리운 무속의 그늘은 무시할 수 없다. 경선 때부터 왕(王)자로 충격을 주고 천공·건진 등 주변 무속인의 실체가 드러나고 김건희씨 통화로 확인되면서 중대한 결격사유 중 하나가 됐다. 특히 정당 소속감이 약하고 후보 자질을 중시하는 중도층에 영향이 컸다. 하지만 그 표심은 이미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여전히 윤 후보가 이만희 총회장처럼 L자·V자 손가락 표시를 했다고 물고 늘어지는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지겹고 한심한지를 보여줄 뿐이다.

□ 아무리 급해도 정공법을 택하는 게 이기는 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TV토론에서 신천지의 보은 입당 의혹을 제기했는데, 자신을 어필할 귀한 시간을 엉뚱한 데에 소모한 셈이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무속 논란을 파헤친 유승민 전 의원도 윤 후보에겐 타격을 주었지만 자기 장점을 부각시키는 데 실패했다. 얼마 남지 않은 토론과 선거운동에서 이 나라를 잘 이끌 수 있다고 설득하는 후보들을 보고 싶다.

김희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