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향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생태탕 전략’은 오판이었다. 표심엔 영향이 적고 지겨움만 남겼다. 단지 네거티브여서, 사실 여부가 불분명해서가 아니다. 오 시장이 생태탕집을 방문한 게 사실이라 해도, “처가 땅이 개발대상인 줄도 몰랐다”는 말이 거짓이었음을 드러낼 뿐 처가에 개발이익을 주려 시장 권한을 남용했음을 입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본질과 거리가 먼 네거티브가 파장이 크지 않았던 게 당연하다.
□ 민주당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신천지의 유착 의혹을 공격하는 것이 꼭 생태탕꼴이다. 설사 언론 보도처럼 ‘영매를 건드리지 말라’는 건진법사의 조언에 따라 윤 후보가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하더라도 치명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방역당국이 “강제수사는 신자를 숨게 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었고 압수수색을 못 해서 신도 명단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싹 무시한 채 신천지만 외치면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면 유권자를 우습게 보는 것이다.
□ 물론 윤 후보에 드리운 무속의 그늘은 무시할 수 없다. 경선 때부터 왕(王)자로 충격을 주고 천공·건진 등 주변 무속인의 실체가 드러나고 김건희씨 통화로 확인되면서 중대한 결격사유 중 하나가 됐다. 특히 정당 소속감이 약하고 후보 자질을 중시하는 중도층에 영향이 컸다. 하지만 그 표심은 이미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여전히 윤 후보가 이만희 총회장처럼 L자·V자 손가락 표시를 했다고 물고 늘어지는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지겹고 한심한지를 보여줄 뿐이다.
□ 아무리 급해도 정공법을 택하는 게 이기는 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TV토론에서 신천지의 보은 입당 의혹을 제기했는데, 자신을 어필할 귀한 시간을 엉뚱한 데에 소모한 셈이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무속 논란을 파헤친 유승민 전 의원도 윤 후보에겐 타격을 주었지만 자기 장점을 부각시키는 데 실패했다. 얼마 남지 않은 토론과 선거운동에서 이 나라를 잘 이끌 수 있다고 설득하는 후보들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