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남자 아이스하키 강국이지만 번번이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해 좌절했던 핀란드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마침내 올림픽 정상에 섰다.
핀란드는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에서 ROC를 2-1로 꺾었다. 핀란드가 ‘동계 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남자 아이스하키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랭킹 2위인 핀란드는 전통적인 아이스하키 강국으로 꼽히지만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핀란드는 4년 전 평창 대회까지 역대 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1988, 2006)와 동메달 4개(1994, 1998, 2010, 2014)를 획득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 리그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불참으로 캐나다와 미국의 전력이 약화되면서 핀란드에 절호의 찬스가 찾아왔다. NHL 선수들은 평창 대회에 이어 베이징까지 두 대회 연속으로 올림픽에 불참했다.
핀란드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16년 만에 결승 무대에 올랐고, ‘디펜딩 챔피언’ ROC마저 누르고 사상 첫 금메달 쾌거를 이뤘다.
초반 흐름은 ROC가 앞섰다. 1피리어드 7분17초에 핀란드의 하이스틱 반칙으로 얻은 파워플레이(상대 선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 찬스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미하일 그리고렌코가 오른쪽 페이스오프 서클에서 강력한 리스트샷으로 퍽을 골문 반대편 모서리에 꽂아 넣었다.
하지만 핀란드도 그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반격에 나선 핀란드는 2피리어드 3분 28초에 수비수 빌레 포카의 장거리 샷으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문전에 있던 사쿠 마에날라넨은 순간적으로 한쪽 다리를 들어 포카의 샷을 통과시켰다. 퍽은 시야가 가린 ROC 골리 이반 페도토프의 가랑이 사이를 통과해 골망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세가 오른 핀란드는 3피리어드 초반 결승골을 기록하며 승기를 잡았다. 하네스 비요르니넨이 3피리어드 시작 31초 만에 마르코 안틸라의 샷을 살짝 방향만 틀어 골망을 흔들며 2-1로 앞서갔다.
이후 ROC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낸 핀란드 선수들은 경기 종료 부저가 울리자 모두 헬멧을 집어 던지고 빙판으로 뛰쳐나가 부둥켜안으며 사상 첫 금메달의 감격을 누렸다.
전날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슬로바키아가 스웨덴을 4-0으로 완파했다. 슬로바키아의 역대 올림픽 첫 메달이다. 슬로바키아의 2004년생 공격수 유라이 슬라프코프스키는 2골을 더해 도합 7골로 대회 득점왕에 등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