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붕대 투혼으로 잘 알려진 축구 국가대표 출신 이임생(51) 전 프로축구 수원 삼성 감독은 최근 언론 보도를 보고 당황했다. ‘사격 황제’ 진종오(서울시청)를 비롯해 장성호(유도), 고기현(쇼트트랙), 박종훈(체조) 등 일부 체육인들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는 기사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총괄특보단은 진종오 등 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 프로골퍼, 다수의 전 현직 국가대표 20여 명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하우스카페에서 열린 '윤석열과 함께 여는 스포츠 르네상스 시대' 행사에 참여해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박종길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김정남 OB 축구회 회장, 유경화 대한배구협회 유소년위원장 등 체육계 원로들도 함께 했다.
아울러 이날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윤 후보 지지에 동참하는 14명의 체육인 명단도 함께 언론에 배포했는데 이임생 전 감독의 이름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감독은 윤석열 후보 캠프 쪽 누구도 자신에게 지지 의사를 물어온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전 감독은 "얼마 전 한 축구 원로 선배께서 ‘여의도에서 윤석열 후보 관련 행사가 있는데 참석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셔서 ‘일정이 있어 참석도 못할 뿐더러 정치에 전혀 연관되고 싶지 않습니다’고 말했다"며 "그런데 며칠 뒤 내가 윤 후보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왔다고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와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 전 감독은 기사를 찾아본 뒤 원로 선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선배님이 지지명단에 제 이름을 넣은 것입니까"라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러자 원로 선배도 "아니다.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 전 감독은 "난 윤 후보 캠프에 아는 사람도 한 명 없고 연락 받은 적도 없다"며 "체육인으로서 정치에 관여할 마음이 전혀 없다. 선거 당일 조용히 가족들과 함께 한 표를 행사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지명단에서) 내 이름을 빼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윤석열 후보 명의의 이른바 '윤석열 임명장'이 타 정당 당원과 당직자, 공무원, 초등학생 등에게까지 무차별 남발돼 문제가 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임생 전 감독처럼 행사에 불참했지만 지지를 선언한 나머지 13명의 체육인에 대해서도 본인 의사가 맞는지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