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으로 신종코로나감염증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가 1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정부가 19일부터 앞으로 3주간 사적모임 인원 6명은 유지하되, 식당·카페 등 영업시간은 오후 10시까지로 1시간만 연장한 거리두기 조정 방침을 18일 발표했다.
당초 사적모임 인원을 최대 8명까지 완화하고, 영업시간 제한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오미크론 유행 확산세가 가팔라지자 영업시간만 소폭 확대하며 속도도절에 나선 것이다.
그러자 당장 여권에서 반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고통 받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절규도 외면해서 안 된다는 점에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날 전남 목포 유세에서 "(유세 현장에 모인 시민들을 가리키며) 이렇게 다 모여도 상관 없는데, 6명 이상 오후 10시 이후 식당에 모이면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냐"고 정부의 거리두기 조정 방침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옛날에는 덩치가 이만해서 한 번 깔리면 죽을 정도였는데, 요즘엔 파리처럼 돼서 아무 타격 없으니 (거리두기) 방식을 바꿔야 한다"라며 "지금 코로나19는 2년 전의 코로나가 아니다. 이제는 독감 수준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위중증 환자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려 3차 접종자에 한해 24시까지 영업이 가능하도록 재고해달라고 수정안을 정부에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말처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파리처럼 약해져서 타격 없는, 독감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까. 방역 전문가는 고개를 저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과 인터뷰에서 정부의 거리두기 변경 방침에 대해 "방역 측면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하며 "상당히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1시간 영업시간 연장이라고 해도, 거리두기 완화 조치가 시작된 이상 바이러스 확산을 막으려는 방역 노력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국민의 경각심도 느슨해질 게 자명하다.
엄 교수는 "전면적 완화가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이 역시 방역 완화 조치인 만큼 오미크론 유행을 더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고, 짧은 기간 너무 많은 환자가 한번에 생길수록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확진자 증가 추세라면 "PCR 검사 역량 범위 안에서 10만 명에서 많게는 20만 명까지의 환자들이 3~4주 이상 지속되는 상황"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장기 유행 폭증 상황을 현행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느냐다. 엄 교수는 "아직은 중환자 병상이 여유가 있지만, 확진자가 더블링 되면서 중환자 비율도 일정하게 늘고 있다"며 "4주 이내에 병상 대부분을 채우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했다.
정부는 현재 위중증 환자 대비 2,600개의 병상을 충분히 확보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엄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아직 인공호흡기 같은 주요한 장비 수입과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병상들이 있고, 또 중환자 병상을 관리할 수 있는 의사 간호사의 인력이 제한이 있기 때문에 2,000개 병상 전후로 환자가 채워지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경고다.
정치권 일각의 전면적 방역 완화 요구에 대해서도 '아직은 때가 아니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적어도 오미크론 대유행의 정점이 지난 후에 방역 완화 조치를 논의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미크론을 먼저 겪은 유럽의 기준을 따르자는 거다.
그 정점이 언제냐를 두고선 엄 교수는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
당초엔 3월 중하순, 4월 초중순을 정점으로 예측했지만, 지금 유행 속도로는 2주 이상 앞당겨지고 있어서다. 엄 교수는 "지금 예측으로는 3월초부터 중순 이후가 정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추가적인 방역 완화 조치는 적어도 2월 말, 3월 초중순까지 유행 상황을 지켜본 뒤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