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주행' 진실 바로잡은 김보름, 이젠 온 국민 응원받고 달린다

입력
2022.02.1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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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에서 ‘왕따 주행 논란’의 가해자로 지목돼 국민적 공분을 샀던 김보름(29)이 이제는 억울한 누명을 풀고 온 국민의 응원을 받으며 메달 사냥에 나선다. 따돌림을 당한 피해자라고 밝힌 노선영(33ㆍ은퇴)의 허위 주장과 폭언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며 김보름이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서다.

김보름은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펼쳐지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에 출격한다. 매스스타트는 4년 전 평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보름의 주종목이다. 하지만 메달 획득 성과보다 상처로만 남은 기억이다. 당시엔 ‘국민 밉상’으로 낙인찍혀 메달을 따고도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김보름은 평창올림픽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박지우와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는데, 뒤처져 들어온 마지막 주자 노선영을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노선영을 비웃는 듯한 태도로 논란이 더욱 커져 거센 비난을 받았다. 평창올림픽 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감사를 통해 경기에서 고의적인 따돌림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미 여론의 뭇매를 맞은 김보름은 큰 상처를 입고 심리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김보름이 2020년 11월 오히려 노선영으로부터 훈련 방해, 폭언 등 괴롭힘을 당했다며 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게 지난 16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로 마무리돼 진짜 ‘가해자’와 ‘피해자’를 바로잡았다.

김보름은 법원 판결 이튿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평창올림픽) 그 이후 4년, 정말 많이 힘들었고 포기하고 싶었다. 제일 힘들었던 건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채 거짓이 진실이 되고 진실이 거짓이 되는 상황이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재판을 시작했고, 그날 경기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이 이제야 밝혀지게 되었다. 상처와 아픔은 평생 사라지지 않겠지만 오늘로써 조금, 아주 조금 아물어 가는 것 같다”고 적었다.

한결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김보름은 18일 밝은 표정으로 마지막 담금질을 마쳤다. 훈련은 당초 75분간 예정됐지만 약 30분간 스케이팅 훈련을 하고 링크장을 떠났다. 훈련 내내 속도를 높이기보단 가볍게 스케이팅을 하며 몸 상태를 점검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은 거절했다. 오롯이 경기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 관계자는 "선수가 경기에만 집중하길 원했다”면서 “경기 전날이라 선수들 모두 짧게 훈련을 하며 컨디션을 체크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남자부에서는 정재원(20)과 이승훈(33)이 메달을 정조준한다. 4년 전 평창에서 이승훈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했던 정재원이 이번 대회에서 메달 후보로 부상했다. 정재원의 올 시즌 세계랭킹은 4위일 정도로, 세계 정상급 반열에 올랐다. ‘디펜딩 챔피언’ 이승훈은 정재원에 대해 "매스스타트 운영 방식이나 경기력이 4년 전과 비교하면 분명 성장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재원은 지난 팀추월 경기를 마친 뒤 “매스스타트에 집중하겠다. 변수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은 종목이다. 꼭 결승 무대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매스스타트는 스피드스케이팅에 쇼트트랙을 접목한 경기다. 여러 명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달려 먼저 들어온 순서대로 순위를 가리는 종목으로 평창올림픽에서 처음 도입됐다. 쇼트트랙에서 기량을 다진 우리 선수들에게 유리해 메달이 기대되는 종목이다. 4년 전 평창에서는 이승훈이 금메달, 김보름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매스스타트는 19일 오후 4시 남자부 준결선부터 시작한다.

김지섭 기자
베이징 최동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