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의혹에 휩싸여 김원웅 전 회장이 자진사퇴한 광복회가 18일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결정했다. 하지만 일시적 봉합일 뿐, 비대위 구성과 차기 회장 선출 등 김 전 회장의 빈자리를 놓고 내홍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어 정상화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광복회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비대위 구성 안건을 회의에 참석한 대의원 51명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비대위는 새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가동된다. 김 전 회장을 비롯한 현 집행부 임기는 내년 5월까지이나, 수장 공백 장기화 사태를 피하기 위해 5월 정기총회에서 신임 회장을 뽑기로 뜻을 모았다.
당초 임시총회를 앞두고 충돌 우려가 컸었다. 2019년 6월 김 전 회장 취임 이후 광복회가 ‘친(親)김원웅’과 ‘반(反)김원웅’으로 갈려 끊임없이 대립해온 탓이다. 실제 허현 부회장(회장 직무대행)이 총회에 앞서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저희에게 있다”면서 무릎을 꿇자 현장에서는 “쇼하지 말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허 부회장 등 집행부의 회의 진행 방식을 두고 대의원들이 항의하는 소동도 있었다.
특히 대의원 다수는 의사진행 발언을 자청해 집행부의 부실한 관리 책임을 물어 동반 사퇴를 촉구했고, ‘임원진 전원 사퇴 권고안’을 상정해 가결시키기도 했다. 권고안에는 47명(92%)이 찬성표를 던졌다.
다만 전면 충돌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여러 대의원들은 “임시총회에서마저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면 광복회의 신뢰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광복회 관계자는 “비대위 구성 세부 사항에는 합의하지 못했지만, 비교적 원만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내부 잡음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장 비대위을 어떻게 꾸리느냐는 문제부터 차기 회장 선출 방식 및 시점 등을 두고 관련 단체마다 입장이 제각각이다. 현 집행부 사퇴 역시 권고에 불과해 이들이 퇴진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갈등이 돌출할 수도 있다. 대의원들은 비대위 구성에 관해 적절한 날짜를 잡아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논의 진행은 그간 김 전 회장 비리에 대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단체를 이끈 전영복 대의원이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