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앞서 16일(현지시간)을 공격 개시 시점으로 못 박는가 하면, 17일에도 “침공 위협이 매우 높은 상태”라며 러시아를 옥죄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경고가 러시아의 침공을 막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진단하지만, 정작 그의 말대로 러시아의 침공이 이뤄질 경우 그 누구보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큰 정치적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우크라이나 위기 고조가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위험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 위협이 현실화하면 일단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질서한 철군을 했을 때와 같은 심각한 외교적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매체는 평가했다. 전쟁이 발발하고 우크라이나가 함락되는 등의 방식으로 사태가 전개될 경우, 국제적인 비판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부정적 평가가 커진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위기 고조가 미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문제다. 경제 위기는 외교 실패보다도 국내 정치에 미치는 파급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주가는 연초부터 러시아 침공 위협과 맞물려 크게 출렁이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2.12%), 나스닥지수(-2.88%) 모두 급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의 낙폭(-1.78%)도 올해 최대치였다.
에너지 부족과 이로 인한 물가상승 압박도 악재다. 우크라이나 위기는 이미 석유와 천연가스 시장을 엄습한 상태다. 미국의 휘발유 값은 이미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위협이 전쟁으로 연결될 경우 가격은 폭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미 CBS방송은 “세계 석유의 10분의 1 이상을 생산ㆍ공급하는 러시아가 미국이나 서방과의 군사적 충돌이나 제재 위협에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쟁 위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겹쳤다는 점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정점을 지나 규제가 해제되기를 바라는 국민들이 새로운 위기를 생활에서 직면하게 되는 탓이다. 더힐은 “유권자들이 주유소에서 차량 연료를 채울 때마다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여론조사 전문 인터넷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미국인 53%가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부정적이다. 긍정은 41.4%에 그쳤다. 이대로라면 오는 11월에 열리는 미국의 중간선거(대통령 임기 중 실시되는 상ㆍ하의원 선거) 결과는 뻔하다. 줄리안 즐라이저 미 프린스턴대 공공ㆍ국제대학원 교수는 “주식시장이 이미 주목하고 있는 것(우크라이나 분쟁)이 가속화한다면 물가상승 압력 등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는 확실히 대통령에게 불리하다”고 더힐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