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가 가야 할 험난한 여정

입력
2022.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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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Envionment, Social, Governance: 환경, 사회, 지배구조)는 이제 일시적 유행을 넘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기업뿐 아니라 모든 경제주체들이 ESG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공존하는 사회, 소통하는 세상을 위한 공동체의 노력이기도 하다. ESG의 여정은 특정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것 정도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태도와 관점을 새롭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필자는 ESG 평가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ESG와 관련된 기업의 활동과 성과에 대해 평가업무를 하다 보면, 몇 가지 경계해야 할 점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 ESG는 고정된 개념이 아니다. 언제나 변화하고 확대된다. 세상과 세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면 기업이나 소비자, 이해관계자들의 행동 방식도 바뀌게 되고, 그에 맞춰 ESG도 진화하게 된다. 예컨대 지구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E(환경)분야의 잣대들은 점점 다양해지고 정교해지고 있다. S(사회)는 가장 광범위한 부문일 수 있는데, 그러다보니 이전에 없었던 'AI(인공지능)윤리', 'CSO(최고안전담당책임자)' 등 새로운 용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G(지배구조)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진화한 분야가 되었다. 물론 ESG 관점에서 지금 중요한 이슈들이 미래에도 계속 중요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둘째, ESG는 기계적 사고를 거부한다. 평가를 하다 보면 '이것은 S의 영역이고 저것은 G로 봐야 하고' 식의 구분과 분류가 불가피한데, 그렇다고 그게 전부는 아니다. 기업들의 활동을 모조리 E, S, G라는 세 개의 방 안에 가두려는 사고방식은 너무도 기계적이다. 기업활동 중에는 ESG가 아닌 활동도 얼마든지 있고, E와 S와 G 사이에서 경계가 모호한 것들도 많다.

셋째, ESG를 기업의 재무적 정보, 특히 주가와 너무 연결시키려는 시도는 위험하다. ESG가 기업에 왜 중요한지, 왜 기업의 ESG 활동을 평가해야 하는지를 강조하다보면 자꾸 주가나 기업재무와 매치시키려고 한다. ESG 활동을 잘하니까 기업가치가 얼마나 좋아졌다, 주가가 얼마나 올랐다 식으로 증명하려는 태도 말이다. 하지만 짧은 역사의 ESG 연구로 얻어진 특정 샘플 결과만을 갖고 그렇게 일반화된 주장을 펼칠 수 있나. 섣부르고 위험하다. 기업의 어떤 활동들이 향후 재무적 성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증명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MBTI만으로 개인을 설명할 수 없듯이, 기업도 ESG 한 가지만으로 설명하거나 판단할 수는 없다.

넷째, 아직까지 ESG는 충분히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 특히 가치충돌 문제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수년간 주주배당을 대폭 삭감하고 그 돈으로 혁신적인 친환경공법 개발을 위해 대대적 투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치자. 주주배당을 대폭 삭감하는 건 G의 관점에선 분명 바람직하지 못한 결정이다. 하지만 그 돈으로 환경투자를 확대하는 건 E의 측면에선 박수칠 일이다. 그렇다면 종합적으로 봤을 때 삼성전자의 이런 결정에 대해 ESG평가는 어떻게 내려야 할까.

ESG 활동을 위해선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이는 결국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돼 빈부차, 계층문제를 더 고착화할 수도 있다.

이렇듯 ESG의 각론으로 들어가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정리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때론 왜곡이 나타날 수도 있다. ESG를 가볍게 봐선 안 되는 이유다.


조윤남 대신경제연구소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