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상민을 보면 수십억대의 빚이, 서장훈과 현주엽을 보면 각각 이혼과 먹방이 떠오른다. 그만큼 뚜렷한 콘셉트를 구축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이 선사하는 웃음의 유형이 꽤나 식상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상민은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 '미운 우리 새끼', JTBC '아는 형님' 등의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빚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궁상민이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했다. 그는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서 김준호에게 "언젠가 (빚) 소재가 고갈될 거다"라고 말하면서도 7억4,000만 원의 빚이 늘었다고 알렸다.
서장훈의 이혼 역시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언급됐다. SBS '미운 우리 새끼'와 JTBC '아는 형님'의 출연진은 그의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왔고, 서장훈은 이에 답했다. 짓궂은 농담을 듣고 당황한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때로는 셀프 디스를 시도하며 웃음을 이끌어내려 노력했다.
현주엽은 먹방으로 관심을 받아왔다. 그는 음식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물론, 그렇지 않은 예능에서까지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을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여줬다.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갓파더' 속 현주엽은 패티 4장이 들어간 햄버거, 많은 양의 고기 등을 흡입하며 남다른 먹성을 자랑했다. 다른 출연자들은 그러한 그의 모습을 보고 놀라워했다.
세 사람이 캐릭터를 처음 구축했을 무렵, 이들의 활약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갔다. 빚, 이혼 등의 아픔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예능인들의 모습은 마음 한편을 아릿하게 만들면서도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먹방을 보고 현주엽에게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패턴이 지나치게 오래 반복됐다는 것이다. 방송을 보지 않아도 내용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다.
다양한 형태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이 예능인의 평생 숙제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이들에게 조금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결코 낮지 않다. 롱런을 바란다면 빚을 모두 갚은 이상민, 이혼이라는 수식어를 버린 서장훈, 먹방 없는 예능의 현주엽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더군다나 이혼, 빚 등의 민감한 이야기를 오래 하는 연예인들에게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빚으로 인한 고충을 털어놓으면서도 비싼 물건들을 사 모으는 모습은 채무로 허덕이는 이들의 시선에서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이혼 역시 제작진, 스타의 의도와는 다르게 시청자들에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게시물을 통해 예능 속 이혼 이야기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는 "일반인들은 이혼하면 주변 시선, 경제적 어려움, 양육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힘들어한다"며 "괴리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여러모로 새로움이 필요할 때다. 영원히 사랑받을 듯했던 예능 소재는 이제 식상함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방송인으로 떠오른 만큼 이상민 서장훈 현주엽에게도 책임감 있는 고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