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재정사에서 1월부터 추경이 추진된 건 전쟁이 터진 1950년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지금은 추경액을 두고 당정 간 진통이 여전해 국회 처리는 2월 중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산이 확정된 지 2개월도 안 돼 대규모 추경이 편성되는 이례적 사건에도 불구하고, 추경 자체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사회적 충격, 특히 700만 소상공·자영업자들이 입은 괴멸적 피해가 전쟁 피해 못지않게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 그럼에도 대선 바람을 탄 여야 정치권이 요구하는 50조 원대의 매머드 추경에는 우려감이 만만찮다. 팽창 재정에 따른 국가채무 증가세가 심각해서다. 안 그래도 현 정부는 코로나 이전부터 ‘큰 정부’를 표방하며 예산을 빠르게 확대해왔다. 본예산 증가율은 2018년 7.1%, 2019년 9.5%, 2020년 9.2%, 2021년 8.5%, 2022년 8.3%로 고공행진 했다. 그에 따라 2016년 627조 원이었던 국가채무액은 올해 말 1,068조 원으로 급증하게 됐다.
▦ 이런 추세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감당키 어려운 가속도가 붙은 셈이다. 17일 한국경제연구원은 2026년 우리나라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66.7%까지 증가해 OECD 비기축통화국 17개국 중 캐나다, 이스라엘에 이어 3위를 기록할 것이며, 증가폭은 가장 높을 것으로 경고했다. 앞서 KDI는 우리나라 재정수입 대비 은행권 총자산 비율은 620%로 전체 선진국 가운데 압도적 1위로, 위기 시 금융시스템에 대한 구제금융 여력이 매우 취약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 문제는 재정 악화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방관하고 있는 정권이다. 정부는 2016년에 이어 2020년 재정준칙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당시 안은 국가채무비율이 GDP의 100%를 넘겨도 통합재정수지 비율이 낮으면 건전재정 평가를 받을 정도로 맹탕인데다, 코로나 상황을 감안한 정치권의 미온적 입장으로 표류를 거듭하다 결국 입법이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 그 경우 현 정권은 나랏돈을 아무런 대책 없이 펑펑 쓰기만 했다는 오명까지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